[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KBS 시사기획창 보도로 시장도매인 논란 가중
본보 기사분석 데이터 요구엔 아직 답변 없어


최근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농산물 가격의 비밀 : 누가 돈을 버나?'는 가락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 문제를 논란의 정점으로 끌어 올렸다. 대략 얼개는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사이 농민들은 헐값에 농산물을 팔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 먹을 수밖에 없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시장도매인제를 소개했다. 도매시장법인과 경매제가 농산물 가격 왜곡의 주범이며,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도매법인과 경쟁체제를 구축하면, 농민들의 출하선택권이 확대되고 중간 유통마진이 줄어 농민도 소비자도 이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될까.

방송에선 ‘농민이 울며 겨자 먹기로 싸게 판 농산물을 소비자는 저렴하게 샀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직접 출하한 감자 경매 평균가가 2만3800원인데, 같은 날 감자 평균 소비자가는 5만8000원이었다고 비교했다. 경락가와 소비자가 차액은 3만4200원. 프로그램 맥락상 이러한 기형적 유통비용 발생이 도매시장법인과 경매제의 문제로 비춰지지만, 그 차액 3만4200원은 중도매인과 소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농산물 가격의 비밀’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한 진단도 무리하긴 마찬가지다. 농식품부와 일부 농민단체를 지목, 농식품부가 반대하는 건 도매법인협회에 퇴직관료 등을 꽂기 위해서고, 일부 농민단체가 반대하는 건 도매법인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챙기기 때문이며, 그 근거로 이러한 농민단체와 연계된 농업전문지가 ‘도매시장 개혁 이슈’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KBS가 광주전남언론학회에 의뢰해 받았다는 4개 농업전문지 기사분석에 따르면, 본보는 ‘도매시장 개혁 이슈’에 반대하는 언론사로 분류됐다. 여기서 말하는 ‘도매시장 개혁 이슈’는 시장도매인제로 추측되는데, 어떤 기사를 근거로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을 찍은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자사 논조나 프레임에 맞지 않으면 기사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고만 언급했다. 본보는 KBS와 광주전남언론학회에 이번 기사분석에 대한 상세 내용을 요청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놓고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지만, 모두가 부인하지 않는 사실은 양쪽 제도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를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의 문제로 따질 일도, 선과 악의 프레임으로 접근할 일도 아니라는 얘기다.

해마다 폭등락을 반복하는 농산물값 때문에 농가 소득은 늘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은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이며, 본보도 이와 관련한 보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도매시장 거래제도와 관련한 이슈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한 시장도매인의 부도로 농민들이 출하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일, 시장도매인 위탁거래로 발생한 농산물 가격 ‘칼질’의 문제.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 행위가 빌미가 돼 농가가 3억원이 넘는 출하대금을 못 받는 일도 목격했다.

하나의 제도가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혁하는 만능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받은 적도 없지만, 광고를 이유로 왜곡 보도를 했을 것이란 단정도 매우 부당하다.

‘도매시장법인 편이냐, 시장도매인 편이냐’로 진영을 나누고, 한쪽은 개혁, 한쪽은 반개혁으로 낙인찍는 순간 공론장은 사라지고 이전투구만 남는다. 도매법인도, 시장도매인도 결국은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가 먼저라는 점에선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둘이 경쟁하면 농민들의 출하선택권이 확대되고, 농민들의 가격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발상이다. 농민이 주도하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좀 더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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