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고성진 기자]
 

 박석두  “농지농용 원칙 확립…농지보전·효율적 이용에 무게둬야”
 사동천  “비농민 소유 상속·이농농지 강제처분 규정 마련 급선무”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은 농사를 짓는 이들의 농지 소유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용과 소유 간 모순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합법과 편법, 불법의 경계에서 농지법은 광범위한 예외조항으로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허용, 결과적으로 농지제도의 문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농지 문제를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속에 정부와 사회의 각성과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공익직불제 시행과 맞물려 전반적인 농지 실태조사 추진과 법제도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신년대담의 첫 번째 순서로 ‘농지개혁’을 주제로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한국농업법학회 회장)의 대담을 진행했다. 농지 문제의 해법을 바라보는 두 전문가의 관점은 첨예하게 갈렸다. 사 교수는 이용과 소유의 일치를 규정한 경자유전 원칙을 강화하는 방안에 무게를 뒀고, 박 연구위원은 소유보다는 농지 보전과 효율적 이용(농지농용)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일시 : 2020년 12월 17일(목) 오후 3시 30분
장소 : 한국농어민신문 3층 회의실
사회 : 이상길 한국농어민신문 논설위원
 

농지제도 실태와 진단

현실선 ‘경자유전’ 이미 붕괴
농지 문제 풀지 못하면
농업·농촌 지속가능 어려워

-사회(이상길 논설위원)=현재 농지의 절반 이상이 비농민 소유이고 임대차 면적이 1950년 농지개혁 당시 소작지 비율을 넘어가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농지 실태와 문제점, 의미에 대해 총괄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사동천 =농지 문제는 농업에서 가장 기본이고 풀어야 될 문제입니다. 농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농업·농촌의 보전이라든가 지속가능한 발전, 공익적 기능의 향상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요. 

농지는 농산물 생산수단인데, 현행 농지법은 농지 그 자체가 투자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농지에서 농산물을 생산해 얻는 이익보다 농지를 보유함으로써 얻는 이익, 즉 임대료, 전매차익이 더 크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죠. 농지법은 이런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요. 농지로부터 발생되는 이익이 농업인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공익적 기능의 향상은 꿈같은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박석두 =농지 문제의 중요성은 제헌헌법부터 현행 헌법까지 법제도적으로 다뤄져 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경자유전 원칙은 거의 무너진 상태입니다. 임대차 농지가 전체 농지의 50%가 넘고, 전체 농가의 50%가 임차농이라는 수치를 보더라도 경자유전 원칙 내지는 자작농주의 농지제도가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 것이죠. 심하게 말하면 붕괴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 원인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농지 가격 상승 때문입니다. 농사짓는 농민 입장에서 보면, 농업 소득을 가지고 비싼 농지를 사서 규모를 늘릴 수 없었기 때문에 농지를 빌릴 수밖에 없죠. 거꾸로 농지를 빌려주는 쪽의 입장에서 보면 농지 가격이 계속 올라 농지를 소유하고 있으면 지가 차익를 누릴 수 있는데 팔 이유가 없고요. 결국 경자유전 원칙에도 불구 농지 임대차는 계속 확대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에요.
 

임대차 문제


-농지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군요. 투기 수요와 임대차 문제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동천 =농지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수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 즉 기재부나 국토부가 여전히 농지를 다른 토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개발예정지로 바라보고 있는 한 농지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현행 농지법도 헌법에 반해 사실상 임대용 취득과 전매차익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등 허점이 많기 때문에 현 상황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를 음성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 명의신탁입니다. 도시민이 농지 투기를 위해 농민의 이름을 빌려서 사실상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명의신탁자와 수탁자간에 이뤄지는 것이라 적발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전문 부동산 투기업자가 명의신탁의 방법으로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장에서는 농지의 70~90%가 비농업인 소유일 것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박석두 =공감합니다. 농지 전용을 통한 기대수익 때문에 농지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고, 농지 임대차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에요. 임대차는 좋아서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내몰려서 임대차를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임대차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농지 임대차는 농업인과 비농업인들이 국가 전체 경제 변화와 농업 변화에 따라  농지 소유와 이용을 둘러싸고 적응해 온 과정이라고 봐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앞으로 농지 임대차가 이만큼 전개돼 왔다는 현실에 입각해 농업의 미래라든가 농정의 구상 방향을 논의해야 합니다.

 사동천 =임대차 문제와 관련해서는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임대차를 근간으로 해서 농정을 끌고 가는 것은 헌법 위반이에요. 1987년에 만들어진 헌법에서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살펴보면, 자경을 위해 농지를 매수할 수 있지만 임대와 전매차익을 위해 농지를 매수할 수는 없어요. 

다시 말하면 농지에 대한 재산권은 헌법 23조에 있는 일반소유권으로서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수익 권능, 처분 권능, 사용 권능 중에 사용 권능만 인정하겠다는 것이 깔려 있습니다. 비농업인은 물론 경작자에게 조차도 재산증식수단으로서 농지 소유는 인정하는 않는 것이 경자유전의 원칙에 담겨 있는 함의라고 봐야 합니다.

 박석두 =다들 우리 헌법이 경자유전 원칙만 규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대차 허용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헌법 제121조 1항에 경자유전의 원칙, 소작제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2항에서는 농업의 합리적인 이용, 농업 생산성 향상 등 두 가지를 위한 농지 임대차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임대차에 대해서는 법률(농지법)이 인정하는 바에 의해 허용한다고 돼 있거든요. 

우리나라 현행 헌법은 자작농주의가 아니라 일본에서 말하는 경작자주의를 주장한 것이죠. 경작자주의는, 농사를 짓는 경작자 간에 임대차는 허용한 것이에요. 자작농주의는 누구도 임대차를 못한다는 것이고요. 

일본은 1952년 제정된 농지법에서 상속농지 일부를 빼고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면 농지를 못 가지게 했어요. 그러다가 1970년 농지법을 개정해 임대차를 허용하면서 자작농주의가 아니라 경작자주의라는 큰 틀, 즉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농지 임대차를 통해 농사를 짓는 사람이 규모 확대도 하고 이용 집적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헌법에 명문화된 규정 자체가 이런 경우에 이미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동천 =제2항의 예외적 임대차와 위탁경영의 허용은 가령 농업인이 자신이 소유한 농지를 자신이 소속된 농업회사법인 또는 영농조합에 농업생산성을 높이거나 규모화 등 합리적인 이용을 목적으로 임대 또는 위탁하거나 공직 취임 또는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는 것일 뿐, 이 경우조차 차임이나 전매 차익을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농지법의 문제점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한국농업법학회 회장)은 지난해 12월 17일 본사 회의실에서 이상길 본보 논설위원과 함께 ‘농지개혁’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박석두 
농지개혁 직후 40년간 방치
1994년 뒤늦게 농지법 제정
게다가 1996년 이전 소유권
그대로 인정한 게 큰 오류

 사동천 
광범위한 예외조항으로 인해
사실상 누구나 농지소유 가능
진흥지역 태양광 허용 후엔
‘농사 불가’ 전용요구 거셀 것


-상속·이농 등 예외적 농지소유조항의 문제점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시죠.

 박석두 =먼저 농지법의 가장 큰 한계를 짚어야 할 것 같군요. 우리나라 농지개혁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그렇고 어쨌든 자작농체제를 확립하는 데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합니다. 근데 왜 그 이후에 급속하게 임대차가 확대 됐느냐,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농지개혁 직후에 농지법을 만들어서 자작농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했어요. 40년이 지난 1994년 농지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농지제도가 방치돼 왔습니다. 

일본은 1948년 농지개혁 이후 1952년 농지법을 만들었어요. 이후 1970년 임대차를 허용하는 쪽으로 바꾸게 됐고요. 농업 구조개선을 하고 농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농지를 유동화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그런데 우리 농지법은 1994년 뒤늦게 만들어지면서 농지개혁의 성과를 지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철저하게 구조개선과 규모 확대, 이용집적 활성화를 목적으로 임대차를 허용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법이 됐던 것입니다.

 사동천 =농지법을 제정하면서 부칙 5조를 적용한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에요. 헌법이 1987년도에 마련된 상황인데, 1994년 농지법을 제정하면서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에 대해서만 농지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부칙 5조입니다. 당시 이미 비농민이 전체 농지의 50%를 점유하고 있었어요. 농지법 자체가 애초부터 헌법을 위반하고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헌법 제121조 제2항에서 비농업인에게 허용되는 농지는 3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되는 농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상속농지죠. 비농업 상속인 농지와 이농자 농지의 경우 현행 농지법상 1만㎡까지 허용하고, 이를 넘는 농지는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임대하면 그 기간 동안 여전히 소유할 수 있습니다. 상속권을 박탈할 수는 없으므로 상속농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되는 농지라 할 수 있지만, 상속인이라고 해서 무한의 기간까지 소유시키는 것이 불가피한 사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즉 헌법정신에 충실한 농지법을 구현하려면 비농업상속인이 농지를 상속받은 후 일정기간 내에 그 처분을 해야 하는 규정을 두었어야 했습니다. 이농자의 농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석두 =농지법의 또 다른 큰 잘못은 사 교수님 말씀처럼 1996년 이전의 소유권을 그대로 인정했다는 것이죠. 이건 단추 하나를 잘못 끼운 게 아니라 10개쯤 잘못 끼운 것이에요.


-이후에도 비농민의 농지 소유 허용 예외조항이 계속 추가돼 왔죠.

 박석두 =그렇습니다. 예를들어 주말영농체험 부분은 1000㎡ 미만이지만, 비농민인 도시민에게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끔 문을 열어준 것이죠. 법 개정 당시 저도 대단히 반대를 했었는데, 농식품부가 이 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농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러려면 농지에 대한 매입 수요를 창출해야 하고, 돈이 있는 도시민들에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죠. 1000㎡ 미만 농지는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농업경영계획서만 쓰면 도시민들도 어느 곳의 농지나 살 수 있게 만든 것이에요. 실제로 농지 매매건수를 보면,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농지 거래건수가 많습니다.

 사동천 =농지법상 광범위한 예외조항 때문에 사실상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비농업 상속인과 8년 경작 후 이농자도 1만㎡까지 농지를 소유할 수 있고, 그 초과분도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하면 계속 소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들에 의해 농지의 세분화가 진행되고, 결국 생산성 있는 농경지로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장기 휴경지화되면서 농업의 경쟁력 저하까지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지 전용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박석두 =농지를 누가 소유하든지 간에 농지에는 농사만 짓도록 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전용을 하지 말라는 얘기이지요. 그래서 최소한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만이라도 농지 전용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되고, 농지에 대해서도 경자유전 원칙이 아니라 농지농용 원칙으로 바꿔야 합니다. 

물론 농지 전용을 그런 식으로 금지한다고 하면,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농민들이 더 반대할 것이고요. 땅값이 떨어진다고요. 농지 가격이 올라야 나중에 팔 때 이득이라고 보는 현재 농업인들과 농지 가격이 싸길 바라는 미래 농업인들 간 농지 소유를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는 것이 농지 전용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저는 농지를 농업용 생산에만 이용하는 쪽으로 엄격하게 농지 제도가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동천 =어느 순간 농업진흥지역에 태양광이 들어선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농업진흥지역에 태양광을 허용하기 전에는 ‘물리적으로 원상복구가 가능하다,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하지만, 허용 이후에는 태양광 투자자들이 ‘유해물질로 농업용으로는 부적당해졌기 때문에 전용해 달라’고 요구할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응할 방법이 없겠죠. 이미 농지가 오염되고 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1인당 GNP가 우리나라의 1.7배에 달하는 프랑스의 농지가격이 우리나라 농지가격의 6.6%에 불과한 이유는, 프랑스가 농지를 농업생산수단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지 제도 개선 방향

 박석두 
진흥지역 농지 전용은 금지
소유 아닌 효율적 이용에 초점
농업경영체 육성과 연결해
농지 집단화할 수 있도록 해야

 사동천 
농지 임대차 허용하는 순간
경자유전 원칙은 무너져
상속·이농농지 처분 강제하되
고령 은퇴농 보호대책 필요


-농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해 보죠. 전면적인 실태조사 얘기도 나오는데요.

 박석두 =우리나라 농지 문제에 있어 핵심적으로 다뤄야 하는 부분은 농지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체인 농업경영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라고 봅니다. 프랑스든 일본이든 어렵긴 하지만 지속가능한 농업경영체를 조직경영, 법인경영체로 보고 개별 농가더라도 1호 1법인을 만들라고 강조하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농업법인제도가 있지만, 제도 자체가 허점투성일 뿐만 아니라 농정의 중심을 거기에 전혀 두고 있지 않죠.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은, 농지와 농업경영체가 반드시 연결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농지 따로, 농업경영체 따로’에요. 일본의 경우 농업경영기반강화촉진법, 농지보유합리화사업, 농지이용집적원활화사업 등을 통해 인정농업자를 중심으로 농지를 몰아주는데, 우리는 전혀 그렇게 안 돼 있어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동천 =해외 사례 중 우리가 봐야 할 부분이 대만입니다. 농지 가격이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 오다보니 결국 경자유전원칙을 세계 최초로 폐기한 국가가 대만입니다. 지목만 농업용으로 묶어놓고, 이걸 누가 사든지 아예 풀어버린 거예요. 그 결과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폭등해 그야말로 농지는 존재하되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일본은 농지가 국토의 11%지만 사실상 경자유전 원칙을 우리보다 강하게 규제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네덜란드 사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농업 환경이 대단히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는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보고 이노베이션(혁신)을 통해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어요. 농지 보전이 잘 되면서 우리 국토의 3분의 2 이하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농지가 우리보다 많아요. 전 국토의 54%가 농지입니다. 지금 네덜란드 농업인은 33만명이고, 1인당 18헥타르 정도 돌아가고 있어요. 그 결과 33만의 농민이 아니라 33만의 기업인이 존재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우리 농업도 규모화로 갈 수밖에 없는데, 경자유전 원칙은 이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박석두 =대만은 우리나라와 달라요. 땅도 좁고 인구도 많기 때문에 도시와 농촌이 혼재돼 있어요. 집하고 농지하고 뒤섞여 있기 때문에 농지 전용을 막을 방법이 없어요. 경자유전 원칙 폐기 때문에 농지 가격이 오른 게 아니에요. 경자유전 원칙 하에서도, 농지농용 하에서도 이런 식으로 농지와 도시가 뒤섞여 있으면 농지 전용이 이뤄지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농지 가격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농지 전용이 농지 가격 상승의 원인이고, 농지 가격 상승이 농지제도 문란의 주범입니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농지를 농업용으로 쓸 수 있도록 실제로 농업진흥지역에서는 농지 전용을 금지해야 합니다. 전용허가 뿐만 아니라 심의위원회를 둬서 공공용(도로, 철도)으로 쓰더라도 전용 심의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두 분의 대안이 다릅니다. 박 박사님은 농지 소유보다는 보전과 이용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고, 사 교수님은 네덜란드 모델처럼 규모화를 염두에 두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화하는 방향입니다.

 사동천 =결국에는 농가 소득, 생산성 차이 때문에 농민 숫자는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수익을 제대로 창출하지 않는 농민은 농지를 처분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데, 처분하고 떠날 것이냐, 아니면 임대를 주는 것을 계속적으로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임대를 주는 것을 계속 허용하는 순간 경자유전의 원칙은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것이죠.

종국적으로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농업이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규모화로 갈 수밖에 없어요. 대표적으로, 논농업은 더 그렇고요. 규모화에 뒤처진 경우 임대를 줄 것이 아니라 처분하고 떠나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분할 수 있는 규정을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농지들이 많아지면 농지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업인이 살 수 있게 되고, 결국 규모화가 달성될 수밖에 없는 쪽으로 가게 되겠죠.

 박석두 =말씀처럼 헌법 개정을 통해 경자유전 원칙이 없어져버릴 때 예상되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경자유전 원칙은 유지돼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으인 것인가, 특히 ‘누가’ 쪽에 초점을 맞춰서 농지문제를 농업경영체와 연계시켜 나가야 된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경영체 중심으로 바꿀때 규모화 보다는 집단화가 더 중요합니다. 집단화가 농지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후계농업인이라는 이름 하에 후계농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 말고는 아무런 지원이 없어요. 어떤 경영체가 우리 농업의 핵심,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농지법과 농지제도 개선에 대해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박석두 =농지법과 관련해 단편적으로 여러 문제들을 얘기했지만, 하나하나 꼽아보면 농지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 하는 것과, 보전된 농지를 농업경영체에 어떻게 집적하고 규모를 확대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핵심입니다. 농지제도와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농지가 보전되면서 법인경영, 조직경영을 할 수 있는 경영체에 의해 농지 이용이 집적돼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얘기는 토지 이용형 농업, 특히 논농업의 경우 직결되는 것이고, 시설농업과 밭 농업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사동천 =우리나라 농업인의 평균 농지는 1.5ha에 불과합니다. 콤바인 한 대가 하루에 작업할 수 있는 양이 4ha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평균 농지 소유면적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기계화 등 투입되는 요소에 비해 농업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농지가 집단화된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임차농지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죠. 규모화를 위해서라도 비농업 상속인과 이농자가 무한의 기간 동안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3년이든, 5년이든 일정기간 후 그 처분을 명하는 규정을 반드시 신설해야 합니다. 

다만 이 때, 고령의 은퇴농 보호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고령의 은퇴농민은 농지임대를 통한 그 차임수입이 생계수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은퇴농 중에 재촌지주인 경우에는 단기적 정책으로서 예외적 농지처분 면제 규정을 두거나 농식품부가 이들의 생계수단에 관한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정리=김선아·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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