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식품·외식업계

[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집밥·홈술’ 등 비대면 마케팅
홍보 여력 없는 중소식품업체 
전통주 업계도 매출 확 떨어져
 
외식 소비 줄고 가정식은 급증
간편 밀키트 성장세 두드러져
‘면역력에 도움’ 김치도 수출 쑥 


올 초 한파와 역대급 긴 장마 등 최악의 작황은 국내산 원료를 활용하는 식품업계에도 여파가 미쳤다. 코로나 사태로 외식 소비가 줄고 가정 소비가 늘어나면서 국내산 농산물과 가공식품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콩, 팥, 참께 등 밭작물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식품업계는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산원료 수급불안과 소비침체=실제 올해 급격한 수급 불안을 겪은 식품업체들이 수입산으로 원료 전환을 고려하거나, 국산 사업을 접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식품업계가 국산에서 수입산으로 원료를 선회한 이후 다시 국산 원료로 돌아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악의 작황으로 국내산 농산물이 설 자리는 더 위태롭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식품업계와 외식업계 모두 극심한 소비부침을 겪은 해로 기억된다. 코로나 사태로 지역 먹거리 축제와 국내외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식품외식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 비대면(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식품외식업계는 자사 제품을 홍보·판매하고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집밥’, ‘홈술’ 등 가정 내 수요 증가로 일반 식품업계는 반사 이익을 봤다고 하더라도 전국적인 홍보와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중소식품업계와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 업계는 비대면 행사로 매출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

홍보가 절실히 필요한 이들 업체는 지역 축제와 관광 등과 연계해 체험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판로를 잃은 중소식품업계는 운영 자금이 부족해 원재료 구매조차 어려운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됐다. 매년 가을 열리는 지역 인삼 축제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수삼 소비가 급감, 가을철 내내 낮은 시세가 형성됐다. 코로나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잦아지지 않을 걸로 예상되면서 향후 중소식품업계는 대형 행사나 체험 위주의 판매 대신 온라인 마케팅 강화 등 새로운 판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HMR 성장세, 김치수출 호조=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식품 소비가 외식 중심에서 가정식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편의성을 내세운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상종가를 달렸다. 이 중 밀키트(Meal kit·식재료와 양념이 세트로 구성된 제품)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 일반 간편식과 달리 신선한 식재료가 들어있어 건강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2017년 15억원에 불과했던 밀키트 시장은 올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고, 저가 제품보단 고가의 프리미엄 밀키드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군이 점차 다양화되는 추세다. 내년에도 건강을 중시하고 균형 잡힌 한 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치업계에도 이슈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김치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며 3분기 김치 수출량이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치의 인기에 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호시탐탐 김치 종주국을 넘봤고, 국내 유일의 김치연구소는 통폐합 문제로 시끄러웠다. 11월 22일 김치의 날이 올해 처음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내수시장에서 중국산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밀 산업 육성 시동=기대를 모았던 ‘제1차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2021~2025년)’이 발표됐다. 그러나 우리밀 업계는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밀 자급률이 2%에 근접하면 과잉생산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또 다시 정부 정책이 생산 독려에서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우리밀 소비처가 생기지 않는다면 정부가 비축밀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기존 우리밀 소비시장과 마찰이 생길 수 있는 문제도 예상된다.

우리밀 업계는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이 밀 산업 육성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 요소를 중시하는 ‘가치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기업에서도 국내 농업과 환경의 가치를 강조하는 경영전략에 주목하고 있고, 또 코로나 사태로 식량안보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만큼 우리밀의 가치 측면을 젊은 세대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도 고심해야 한다고 우리밀 업계는 당부했다. 지난 과오를 뒤로하고 밀 육성 정책이 이제 막 첫발을 뗀 지금, 앞으로의 행보에 정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끝>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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