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농의 가치 생산자·소비자 공유…옥천군 별도예산 수립 이끌어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옥천살림은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식농교육을 진행하며, 먹거리가 농업·농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모두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옥천살림 신한중 이사장(가운데)과 주교종 상임이사(오른쪽 세 번째)를 비롯한 임직원들이다.

생산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선
‘절기밥상 프로그램’ 큰 호응
민간영역 주도로 시작한 사업
행정 예산으로 지속기반 마련

“지역사회 구성원들 모두 연결
로컬푸드, 공공재로 얘기해야
먹거리 복지 공간도 만들 생각”


충북 옥천은 로컬푸드 운동이 일찌감치 시작된 곳이다. 2008년 친환경 농가들이 모여 ‘옥천살림’을 결성, 학교급식에 친환경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면서부터 로컬푸드 운동이 본격화해, 지금껏 순환과 공생이라는 가치를 지켜 가고 있다. 현재 옥천살림은 옥천군에서 옥천푸드유통센터를 위탁받아 학교급식과 공공급식 사업을 병행해 나가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옥천로컬푸드직매장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옥천살림은 식(食)농(農)교육을 추진하며 농업과 먹거리의 가치를 지역사회에 알려 나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로컬푸프 운동을 해오던 옥천살림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한 ‘로컬푸드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모델 지원사업’에 선정돼 옥천의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절기(節氣)밥상 프로그램을 마련, 더욱 풍성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주교종 옥천살림 상임이사는 “식농교육을 처음 진행했을 때는 어떤 먹거리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 중심의 교육이었다”라며 “aT 지원사업을 통해 생산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옥천의 대표 농특산물로 직접 요리를 하고 어떤 먹거리를 먹어야 하는지를 교육할 수 있어서 큰 호응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한 끼를 잘 먹는 것이 아니라, 농업과 식문화가 함께 가야 한다. 식농의 의미와 가치를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이 공유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무엇보다 행정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는데 큰 의미를 뒀다. 지난해 진행한 절기밥상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자 옥천군에서 올해 별도의 사업예산을 세운 것이다. 

주교종 상임이사는 “코로나19로 사업 진행에는 차질이 있었지만, 민간영역에서 주도해 시작한 사업을 행정에서 받아 예산을 세웠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행정에서 예산을 세움으로써 사업이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라고 전했다. 이어 “aT 지원사업은 큰 틀 안에서 민간이 하고 싶은 사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마침 식농교육에 대한 지원이 필요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옥천살림은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학교급식 중단으로 많은 농가가 어려움을 겪자 꾸러미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고, 그 중심에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한 먹거리 체계가 큰 역할을 했다. 학교급식 유통센터와 거점가공센터, 로컬푸드직매장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학생들에게 100% 옥천 농특산물로 구성한 꾸러미를 지급할 수 있었던 것.  

주교종 상임이사는 “코로나19로 농산물 꾸러미사업이 진행됐을 때 꾸러미 취지와 관계없이 대기업 가공품이 들어가는 곳도 있었지만, 옥천은 그렇지 않았다. 100% 지역 농산물과 가공품으로 꾸러미를 공급했다”며 “로컬푸드를 통해 움직이는 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옥천살림은 교육청과 함께 로컬푸드로 초등학교 5·6학년 실기 교과과정에 맞는 요리 키트를 만들어 가정에 배송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요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과 학교급식 중단으로 판로가 막힌 농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또 귀농·귀촌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옥천 로컬푸드를 제공하며 옥천 농업을 알리기도 했다. 

옥천살림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순환과 공생이다. 그래서 로컬푸드나 푸드플랜도 단순히 농산물 유통과정의 일부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교종 상임이사는 “자칫 로컬푸드를 틈새시장이나 유통의 한 유형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은 매우 편협한 생각이고, 그렇게 해서는 지역이 갖는 문제나 농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농업·농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이 다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공익적 가치, 공공재로서의 로컬푸드를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천살림은 내년에도 이러한 고민을 갖고 지역 먹거리 순환체계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내년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농민단체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과 교육청, 사회복지 시설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만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 나갈 것”이라며 “공공급식이나 로컬푸드직매장을 넘어 먹거리 복지를 채워 줄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주교종 상임이사는 “로컬푸드가 됐든 푸드플랜이 됐든, 우리 스스로 참여하고 함께하는 운동이 되지 않으면 하나의 사업으로만 끝날 것이다”라며 “농민들만 죽어라 일하고 고민해서 될 일도 아니고, 이제는 행정도 소비하는 사람도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 숙제로, 100년 생활문화 개선 운동으로 생각하며 우리의 먹거리를 고민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끝>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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