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전북수박산학연협력단은 산학연 협력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특히 씨 없는 수박을 명품화에 성공하면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김갑철 전북도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장, 송춘호 전북대학교 교수, 이정진 정읍단풍미인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

단장·기술위원 40명이 컨설팅
마케팅도 힘써 농가소득 높여
지난해 재배면적 15%나 확대
“생산자·연구기관·학계 다 윈윈”

전북수박산학연협력단은 전북 수박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이는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2019년 전북도내 수박 재배면적은 1974ha로 전년에 비해 15%가 늘었다. 국내 수박 재배면적이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씨 없는 수박의 명품화를 통해 농가 소득증대는 물론 일본 수출까지 이뤄냈다. 이러한 성과는 전북수박산학연협력단 소속 업계, 학계, 연구기관의 진정한 연대와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산학연 협력의 모델=전북수박산학연협력단의 시작은 2015년이다. 그동안 학계를 포함한 연구기관이 현장과의 괴리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현장과 밀접한 협력을 통해 지역 특화품목을 육성해 보자는 취지에서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 탄생했다. 그 결과 전북대학교, 전북도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 정읍단풍미인조합공동사업법인, 익산원예농협, 진안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이 힘을 모아 협력단을 출범시켰다.

이 가운데 송춘호 전북대학교 교수가 단장을 맡아 40명의 기술전문위원이 현장애로기술 해결과 다양한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의 컨설팅은 학계와 연구기관, 지역 조공법인 및 농협, 관계 시군 담당자가 매주 농가를 방문한다. 여기에서 △전북대학교는 생육상황 점검 △수박시험장은 토양과 바이러스 점검 및 재배 기술력 뒷받침 △조공법인과 농협은 농산물의 유통 가능여부와 판매 등을 지도한다. 말 그대로 종합적인 컨설팅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러한 컨설팅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조공법인의 활발한 마케팅에 힘입어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참여 농가의 소득이 보장되면서 조공법인의 참여 농가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산학연의 협력체계가 잘 이뤄지면서 좋은 결과도 얻었다. 2019년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지역전략작목 산학연협력 광역화사업 성과분석 최종보고회 및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된 것.

송춘호 전북대학교 교수는 “협력단은 생산자부터 연구기관, 학계 모두가 윈윈(win-win)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산학연관이 현장을 중심으로 소통을 한 결과다”고 말했다. 김갑철 전북도농업기술원 수박시험장장은 “농가들의 의식이 많이 앞서 있었다. 그래서 재배기술을 제안할 때 수긍하는데 제한이 없었다”며 “농가와 신뢰 관계가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씨 없는 수박 개발로 차별화
13브릭스 이상만 선별 판매 등
하우스 1동 평균 500만원 거래


▲씨 없는 명품 수박의 탄생=전북수박산학연협력단이 지역 특화작목으로 수박, 특히 씨 없는 수박을 명품화 시킨 배경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이 수박에 씨가 있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특색 있으면서 차별화하는 방법을 고심하다 씨 없는 수박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씨가 없는 수박을 마케팅에 접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정진 정읍단풍미인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의 얘기다.

이정진 대표의 이 같은 판단은 그대로 적중했다. 초창기에는 봄에는 일반 수박을, 여름에는 씨 없는 수박을 재배하다 현재는 씨 없는 수박으로 재배를 통일했다. 이 과정에서 종자와 재배방법을 통일하면서 균일하고 고당도의 고품질 씨 없는 수박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마케팅 방법도 단순했다. 좋은 농산물만 생산하면 마케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이정진 대표의 말처럼 프리미엄 수박을 생산하자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정읍단풍미인조합공동사업법인은 13브릭스 이상의 수박만 선별해 대형마트에 프리미엄급으로 판매한다. 브랜드 이름도 1%로 정했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소비하려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 발맞춰 브랜드명을 정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농가의 수취가격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통 하우스 1동(약 61㎡. 200평 기준)을 밭떼기로 거래하면 평균 300만원에 거래되지만 프리미엄 씨 없는 수박은 평균 500만원의 농가소득을 얻게 됐다. 여기에 조공법인이 운영하는 공동수확단이 수확기에 직접 밭으로 가 수확과 운송까지 맡게 된다. 농가는 고품질 수박만 재배하면 수확, 운송, 마케팅, 판매를 조공법인에서 책임져 주는 구조다.

이정진 대표는 “조공법인이 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한다”며 “여기에 학계나 행정이 함께 지원을 해 주니까 농가들이 안심하고 생산에 전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인정받은 프리미엄 수박=씨 없는 수박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서 수박이 생산되지 않는 시기인 10~11월에 수출하면서 틈새시장과 프리미엄시장을 동시에 노렸다. 일본에서의 반응도 좋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눈이 오는 시기에 프리미엄 수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했을 정도다.

또한 다른 품목의 경우 국내 가격보다 수출 가격이 낮은 경우도 있지만 씨 없는 수박은 국내 가격과 수출 가격이 같다. 수출금액은 연간 1억원 정도지만 일본 수출은 국내 가격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수출되는 밭도 따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 농가들의 재배기술이 상향평준화 돼 있어 별도로 수출포전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정진 대표는 “대한민국의 마크를 달고 수출이 되는 것 자체가 일본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일본의 소비자는 당도가 높지 않으면 구매를 하지 않는다. 우리 수박이 일본에서도 판매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당도와 식감이 좋다는 의미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북수박산학연협력단은 현장과 학계, 연구소가 조화를 이루며 씨 없는 수박의 명품화에 성공했다. 협력단 참여 주체들은 서로에게 공을 돌리며 또 다른 훗날을 기약하고 있다.

송춘호 전북대학교 교수는 “수박 산업에 생산자, 도농업기술원, 조합공동법인, 그리고 학계가 한 몸이 돼 협력하면서 좋은 결과를 낸 경우가 많지 않다”며 “전북은 수박 재배 후발 산지였지만 협력단 출범 이후 수박 시장에서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 준 참여주체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향후 어떠한 형태로도 지금과 같은 산학협력이 유지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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