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지난 2월 6일 농식품부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농정이정표를 제시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였다. 지난 10년간의 농정 실패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농정개혁방안으로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그 동안 시대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농정으로 인해서, 현장 농민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도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이나 생산중심주의 농정의 폐기, 먹거리 안전성, 환경보전 및 지속가능농정으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드디어 나타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비전

그래서 이번 발표에서 가장 반가운 용어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2000년대부터 선진국이 농정의 중요 추진방안으로 도입했던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노무현 정부 시절의 농정에서 잠시 등장했던 것인데, 한 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이제야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이다. UN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글로벌 의제로 채택한 것도 일정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쨌든 우리 농정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 농정의 주요 개념으로 등장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현장에서, 학계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전개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롭게 도입된 용어에 맞게 농정개혁방안 전체가 일관되게 구성되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우리 농정에서는 아직까지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해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 정책 실패에 대한 인정

또 한 가지 반가운 점은 기존 농정과 새로운 농정방향을 비교하면서, 말하자면, 농정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이 지난 10년간 새로운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농정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은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정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도 2013년 박근혜 정부 농정에서의 계획과 이번 계획안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지만, 기존 농정으로 제시된 부분이 2013년에도 개혁이 필요한 관점으로 언급한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과거 정부에서 농정 패러다임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시 동일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해야 하는데 과거에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을 솔직하게 성찰하는 것으로 우리 농정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된다.

빈약한 환경보전정책 과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두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환경보전’이 3대 농정 축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새롭게 도입된 환경보전 관련 사업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기존 친환경 농축산업을 강화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물론,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이 전체 농정영역으로 확산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현재 는 매우 그 비중이 적은 상황이다. 환경보전정책이 현재의 고투입, 집약적 농업을 저투입 농업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과제가 필요하고, 또 먹거리 공급체계에서도 환경친화적인 활동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복지농촌을 조성하는데 있어서도 농업의 환경보전활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환경보전’을 농정의 축으로 도입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공장형 농업 지향의 아쉬움

또 다른 한 가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친환경 식품과 안전한 먹거리 공급에서 모든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는 공장형 농업 기술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스마트 팜 확대 및 혁신 밸리 조성은 말하자면 토지와 자연상태의 물을 사용하지 않는 공장형 농장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으로 판단된다. 또한 먹거리 공급체계에서도 GAP와 HACCP를 강화한다는 것은 환경친화적이라기 보다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화학적 자재를 사용하는 농업을 장려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되면 과연 농업과 농업인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느냐 하는 새로운 문제가 야기된다. 물론, 이런 첨단 기술을 개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개척해서 시장에서 검증받는 것에 대해서는 무어라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것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그래서 이런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반면에, 이미 전세계 농정에서 추진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농업의 환경보전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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