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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금배추 보도’ 도 넘었다]

‘가격 상승’에만 초점 맞춘 자극적 보도, 정부 물가 정책마저 왜곡

2021. 05. 21 by 김관태 기자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김경욱 기자] 

금배추·금무·금파…단순 비교 통한 자극적 보도로 소비 위축
평년대비 가격 높지 않은데도 ‘반등’ 아닌 ‘폭등’ 써가며 도배 

농산물 가격에 대한 자극적 보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金(금)배추’, ‘金무’, ‘金파’ 등 잊을만하면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다는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기사가 쏟아지고 있으며, 이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 여기에 평년 대비 농산물 가격은 높지 않음에도 단순 비교를 통해 농산물 값이 ‘반등’한 것이 아닌, ‘폭등’했다는 기사가 나오며 농산물 가격을 보는 소비자 시각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산물 가격 물가에 부담? 

지난 1년 보도 중 ‘물가’ 검색하니
연관키워드 ‘농축수산물’이 1위
최근 ‘파테크’ 신조어 만든 대파
커피 한잔 값이면 한 달 먹어
그나마 다시 내려 천원 후반대

언론보도의 대부분은 농축수산물의 가격 등락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는 소비자 물가와 관련이 크다. 추석이나 설 명절, 혹은 김장철과 같은 농산물 소비가 많이 일어나는 시기, 일간지와 경제지 등을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기사를 앞 다퉈 보도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BIG KINDS)’에서 지난 1년 간 보도된 내용 중 ‘물가’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가중치 반영) 연관키워드 1위가 ‘농축수산물’로 나타났으며, ‘농축수산물’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는 1위가 ‘상승률’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에 대한 일상적 보도가 ‘물가 상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 보도가 물가 상승의 주범을 농산물로 몰아가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 물가에서 농축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소비지출 비목별 구성비의 15.9%이며, ‘식료품·비주류음료’ 전체에서 ‘채소 및 채소가공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에 불과하다. 더 들어가 배추나 무, 양파, 마늘 등 품목별로 따지면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농산물이 밥상 물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한 농산물 유통 관계자는 “최근 대파값이 폭등했다고 난리가 나고 ‘파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지만, 스타벅스 커피값 정도 아니냐”며 “대파 한 단 사면 한 달 넘게 먹는 가정도 많다. 정작 문제가 되는 건 김치공장이나 식당 같은 곳인데 가격 상승 문제만 언론에 언급되다 보니 농산물 소비를 움츠려들게 하는 분위기만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정말 농산물 가격 올랐나

배추·무·양파·감자 등 민감 품목
5월 중순 가격 평년 대비 하락
양배추·당근도 약세 면치 못해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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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비롯해 최근 농산물 가격 관련 언론 보도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방점이 찍혀 있다보니, 정부 관계자들도 산지보다는 시장·마트 위주로 찾아다니며, 가격이 오른 품목만이 그들 손에 들려 있다는 시각이다. ‘농산물 가격 회복’보다는 물가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농산물 가격 낮추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농식품부가 지난 18일 유통 관계자들과 함께 연 ‘농축산물 수급 대책반 회의’도, 그간 높은 가격을 보였던 계란 등 축산물과 양파, 대파 등 원예작물, 식품 및 외식물가 상승 우려에 대응해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5월 중순 현재 농산물 가격은 정말 우려하는 수준까지 상승해 있을까. 정부가 수급 조절 품목으로 관리하는 배추, 무, 건고추, 마늘, 양파, 감자 등의 주요 민감 품목 시세를 보면 배추, 무, 양파, 감자가 평년 대비 가격이 하락해 있다. 지난해 여름철 수확해 저장이 나오고 있는 건고추를 제외하곤 햇물량으론 마늘만이 가격이 상승해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관측 품목으로 내놓는 채소류로 품목을 확대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수급관리 품목 이외 양배추, 당근, 대파가 채소류 관측 품목이다. 이 중 양배추와 당근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1~20일 상등품 기준(평년은 5월 한 달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10kg에 5493원으로 평년 6113원보다 10.1% 낮다. 무도 8553원(20kg)으로 평년 1만2608원보다 32.1%나 시세가 가라앉아있고, 양파 역시 588원(1kg)으로 평년 659원 대비 10.8% 낮다. 감자와 양배추, 당근 역시 각각 평년 대비 18.0%, 21.8%, 13.6%씩 가격이 하락해 있다. 

‘급등’ 품목으로 최근 언론 지면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대파의 경우에도 20일 현재 가락시장에서 대파 1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이 1719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1000원 후반 대에서 2000원 초반에 대파 가격이 형성돼 있다. 3000원 후반 대를 보였던 지난달보다 급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으로 1430원대였던 평년과 지난해 시세에 근접해가고 있다. 
 

농산물 가격 보도 신중해야

‘물가안정’ 미명 가격 누르고
매번 수입산 증가만 부채질
스포츠 중계하듯 다뤄선 안돼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품목의 가격이 조금 오르면 경쟁적으로 가격 기사가 나오다 보니, 정부나 정치권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물가 안정이란 미명하에 TRQ 운영 확대 등 수입산이 명분(?)을 갖고 늘어나는 상황이다. 

가락시장 대아청과 김기영 상무이사는 “지금 시세가 폭락해 농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지난 3월 시세로 ‘금배추’가 됐다는 기사를 올려놓은 것은 무지한 것을 떠나 읽는 사람을 분노하게 만든다”며 “언론보도는 한 번 나가면 그뿐이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까 무, 배추, 양배추 소비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병옥 연구위원은 “언론이라면 가격이 상승한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도 얘기해야 하는데, 그냥 가격을 스포츠 중계하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문제”라며 “특히 요즘처럼 기상이변이 잦고, 기후변화도 일어나 농산물값이 오르는 부분을 납득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무조건 낮을 때보다 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기준을 갖거나 기저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폭등했다는 기사가 나오니 가격이 낮을 때 밭을 갈아엎는 장면을 본 소비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보도가 이어질수록 농산물은 항상 가격이 낮아야 한다는 인식이 고착화되고, 가격이 좀 높아지면 수입산을 먹어야 한다는 인식까지 확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관태·김경욱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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