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기후 적응위해선... 농업은 생산기반시설부터 재건해야 ”
국회 기후적응사회포럼 토론회
[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30년간 투자 중단, 사실상 방치
수리시설·용수체계 노후화 심각
데이터-자본 접근성 모두 취약
AI 격차, 기후격차로 번질 우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후적응 역량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AI 기반 대응체계를 도입하기에 앞서 수십 년간 방치된 농업 생산기반시설의 재건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시대 기후적응 해법,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기후적응사회포럼 창립기념 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감축’에서 ‘적응’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후적응 체계를 구축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에 나선 김용진 서강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농업은 수자원 의존도가 높고 기후 취약성이 커 기후위기 대응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꼽힌다. 작물 생산량 감소, 병해충 확산, 가뭄·홍수 등의 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농업 전반이 위협받고 있지만, 투자와 운영자본 부족으로 현장 대응 역량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7월 발표한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평가’에서도 농수산 분야의 적응역량 강화를 위한 R&D 투자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식을 더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는 기후재난 대응 전략으로 ‘회복·복원·순환’을 포괄하는 G성장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G성장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기후재난에 대한 국가적 회복력을 제고하고, 혁신기술과 역량 강화를 통한 ‘회복과 성장’ 전략을 아우른다”며 “물·에너지·생태·식량안보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AI 기반 스마트 기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AI 대응체계를 농업 분야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려면 ‘생산기반시설 개선’이라는 선결 과제가 존재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경숙 경북대 교수(전 한국농공학회장)는 “농업은 기후위기 위험이 가장 높지만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다”며 “무엇보다 농업 기반시설은 199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조성된 이후 30년 가까이 투자가 끊기며 사실상 20세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후화된 수리시설과 용수체계, 재해 대응 기반을 먼저 재건하지 않으면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도 정확도와 효율성이 떨어져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AI 적용을 논의하기 전에 농업의 토대인 기반시설부터 재정비하는 것이 기후적응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안병철 원광대 교수도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농업이 AI 솔루션 도입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와 자본 접근성에서 오히려 가장 소외돼 있다”며 “AI 격차가 기후대응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금융 지원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