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 된 아이쿱 생산자···“9월부터 대금 못 받았다”

대금 지연·주식 강매 논란 확산

2025-11-21     손민정 기자

[한국농어민신문 손민정 기자] 

사진은 아이쿱생협이 운영 중인 모처의 iCOOP 자연드림 매장.

불이익 우려 대출로 매입 토로
이자부담 겹쳐 경영난 가중 
"제2의 초록마을 사태" 불안

최근 불공정 경영 논란이 불거진 아이쿱생협으로부터 생산자들이 9월부터 3개월가량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아이쿱생협 측이 주식 강매 의혹을 부인한 것과 달리, 생산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생산자들은 ‘제2의 초록마을’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생협이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하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9월부터 대금 지연
아이쿱생협이 전 CEO의 경영개입 의혹과 조합원 주식 강매 의혹 등 각종 ‘불공정 경영’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금 지연 문제를 겪고 있는 생산자들 사이에서 정산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앞선 11일 생산자 대금 지급이 기존 대비 2~3주 정도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생산자들에 따르면 대금 정산은 9월분부터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현재 납품되는 품목의 경우 대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 등 각종 생산비용이 누적돼 생산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금 지연을 겪고 있는 A 생산자는 “지금까지는 빚을 내며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초록마을의 선례처럼 회사가 무너질까 걱정”이라며 “생협이 무너지면 친환경농업 전반이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생산자들은 대금 지연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피해 규모 등 당면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도 답답함을 표했다. B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가 기사를 보내줘서 최근에야 다른 생산자들도 대금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피해를 받고 있어도 ‘을’의 위치인 생산자들이 의견을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불이익 받을까 대출 받아 주식 매입
생협의 조합원 대상 주식 강매 의혹도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주식을 매입한 생산자들은 납품상 불이익 우려와 충분치 않은 설명으로 주식 매입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일부 조합원의 경우 주식을 출자금으로 오인한 사례도 있었다. A 생산자는 “다른 사람에게 납품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생협은 주식 강매 의혹이 불거지자 공정위 제출을 위해 7월경 주주들에게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주식을 취득했다는 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 생산자는 “주식을 강매할 수 있다면 확인서 역시 작성을 강제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지역 직원이 확인서 작성을 요구하면 생산자로선 이를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생산자들은 아이쿱생협이 주식 매입 시 제시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주식 매입을 위해 대다수가 대출을 받은 상태로, 매년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D 생산자는 “생협 측에서 대출을 해준 경우도 있고, 시중 은행에서 5~6% 금리로 개인 대출을 받은 경우도 상당하다”며 “당시 충분한 설명 없이 생산자들에게 수익을 환원하겠다며 주식 배당금 형태로 보상하겠다는 등의 말로 참여를 독려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양한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생산자들은 협동조합의 본래 취지를 살려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고, 소비자와 생산자, 회사가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 생산자는 “언젠가부터 생산자 중심의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다른 생산자나 소비자 조합원들과의 연대가 쉽지 않은 폐쇄적인 구조가 형성됐다”며 “생산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로 구성된 생협이 협동조합답게 민주적으로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생산자들의 어려움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근본적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면 긴급 처방이라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D 생산자는 “대금 지급이 지연된 부분은 추후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지급하더라도, 현 납품분 대금부터라도 우선 처리해주기를 바란다”며 “또 주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자들을 위해선 회사가 적어도 5~6%가량의 시중은행 이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아이쿱생협은 재무상황과 관련해 “아이쿱불공정경영대책위원회의 허위사실 유포로 불안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있을 수 있으나, 조합원의 차입 및 출자금 반환 요청이 모두 예외 없이 정상 처리되고 있다”며 “금융기관 거래관계도 정상 유지하는 등 재무 건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이쿱생협은 앞서서도 “대금 지연 문제는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2개월 이내에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손민정 기자 sonm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