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K-원양 재도약하려면…어장 다변화·조업 자동화 시급”
K-원양 글로벌 리더 도약 워크숍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기후변화·국제규범·비용압박 속
기업체수 185→38개소로 급감
어선은 810→198척으로 줄어
외국인선원 78%, 고령화 심각
정부 ODA 기반 ‘조업권 확보’
오징어 자원관리 등 나설 때
국가적 R&D 예산 지원 필수
선원연금 신설·명장제 도입도
1970년대 국민총소득의 30%를 차지하며 수산물 수출의 절반을 이끌었던 원양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선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양수산부가 18~19일 개최한 ‘K-원양 글로벌 리더 도약을 위한 워크숍’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은 어장 다변화, 조업 자동화, ODA 기반 외교전략, 선원 확보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양어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원양산업은 1995년을 정점으로 지속 축소되고 있다. 원양산업 기업체는 185개에서 지난해 38개사로, 같은 기간 어선도 810척에서 198개로 줄었다. 그럼에도 2024년 기준 가다랑어 24만9196톤, 오징어 736톤, 민대구 100톤, 꽁치 59톤 등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대구는 전량, 오징어는 70%를 원양어업에 의존해 중요성은 여전하다.
김영규 한국원양산업협회장은 “기후변화와 연근해 자원관리 등으로 인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 또한 172만톤에서 현재는 80만톤으로 줄고 있다”며 “어족자원에 대한 원양과 연근의 구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원양어업 향후 발전 방향’을 발표한 최완현 부경대 교수는 “생산물가지수는 2022년 109.25에서 2024년 117.61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43달러(2020년)에서 79달러(2024년)로 뛰는 등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선원 구조도 외국인 비중이 2018년 73.4%에서 2022년 78.6%로 늘었고, 이 중 60세 이상 선원이 36.6%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제 규범 강화도 원양산업이 직면한 문제로 꼽았다. UN이 채택한 ‘공해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협정(BBNJ)’이 내년 1월 17일 발효됨에 따라 공해 해양보호구역(MPA) 확대, 영향평가 의무화 등이 본격 시행된다.
최 교수는 “BBNJ 발효로 공해에서 조업을 하는 데 제약이 강화되는 만큼 대체어장 개발과 과학적 자원조사, AI에 기반한 어장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로 가다랑어 회유가 적도 공해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태평양 내 작은 섬 국가들과 국제 협력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어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업 효율과 인력 문제 대응을 위해 자동화·스마트 장비 도입도 필수 과제로 꼽혔다. 최 교수는 “어구 투양 자동화 등 스마트 조업 기술은 인력 부족과 에너지 비용 절감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며 “국제노동·환경 기준을 선제적으로 지키는 선사에 금융·보험·입항 절차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차등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국내 선사의 조업권 확대를 지원 사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김현무 사조산업 선장은 ‘지속가능한 원양어업을 위한 젊은 선장의 시선’ 발표에서 “일본은 태평양 섬나라에 수산학교·항만·냉동창고를 건립하는 ODA 기반 전략으로 자연스럽게 조업권을 확보하고, 대만은 공항·항만 인프라 확충으로 어장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선사들이 개별적으로 연안국과 조업권을 협상하고 이용료도 전액 부담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ODA 외교 전략을 마련해 조업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양어업과 관련해 기관, 산업계의 의견을 담은 ‘원양산업 발전방안’도 네 축으로 제시됐다. 장근호 해수부 동해어업관리단 조업감시팀장은 “우리나라가 원양에서 오징어를 주로 어획하는 ‘FAO41해구(남서대서양 일대)’는 지역수산기구(RFMOs)가 설립되지 않아 국제 규제가 미흡한 지역으로, 최근 IUU 어업(비규제 어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지역수산관리기구(RFMO) 설립, 관련국과 공동자원관리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사전에 오징어 자원관리를 위한 규범화 논의를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술·장비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영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공학과 연구관은 “핵심 어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고 어군 탐지를 위한 드론이 바람에 약하고, 낮은 성공률 등으로 현장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탄소 배출량 저감과 내년 시행되는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MMPA) 등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노르웨이처럼 국가적인 R&D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선원 인력 확보가 어려운 만큼 국가 차원의 사관 양성프로그램과 선원연금제도 신설 필요성과 냉매·탄소세 등 점차 커지는 환경 규제에 대응한 정부 지원 확대 요청도 컸다.
최기원 한국수산자원공단 국제협력팀장은 “한 때 원양어업은 한 가정을 일으킬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연봉과 복지 등의 핵심 조건이 수십년 째 제자리”라며 “원양산업 이미지 제고와 청년 유입 확대를 위해 원양어업에도 ‘대한민국 명장’, ‘김 감별사’ 등과 같이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범 동원산업 상무는 “온실가스와 관련한 탄소세로 인해 선박을 운용하는 데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냉매 교체 시 정부의 지원을 확대했으면 좋겠다”며 “냉매 및 에너지 효율 관련 연구개발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