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고 월 600만원? '고수익 미끼' 농지 투기 유혹

2025-11-18     김경욱 기자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농지를 ‘투자 상품’으로 포장한 각종 강의와 광고 콘텐츠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확산되며 농지 투기 유혹을 부추기고 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은 물론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카페와 동영상 채널에서도 관련 콘텐츠가 손쉽게 발견된다. 사진=각 온라인 채널 캡처

고령·은퇴농 안전 노후 보장
농지연금 근본 취지 훼손
‘노후 재테크 수단’ 홍보 난립
농어촌공사 "법적 문제 소지"


“은퇴 후 매월 600만원씩 따박따박(또박또박) 받는 농지 연금 투자법 알려드립니다.”, “하루도 일 안 하고 매달 현금이 들어옵니다.”

농지를 ‘투자 상품’으로 포장한 강의·광고 콘텐츠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자칫 농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 이 같은 유혹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농지연금의 근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20억 가치 안전 투자! 매달 받는 농지연금’ 강의가 한 플랫폼에 개설됐다. 오프라인 수강료는 350만원, 온라인 수강료는 280만원이며, 지난 9월 29일 개강해 11월 13일까지 운영됐다. 강의 소개에는 ‘43세 여성 대기업 근무자, 가족 명의 농업경영체 4개 등록 완료’, ‘60대 은퇴 부부 3건 낙찰·월 250만원 세팅 완료’, ‘40대 자영업자, 부모 농지연금 월 150만원 세팅 완료’ 등 소위 ‘성공사례’가 나열돼 있다. 강의에서는 농지 매입처, 농업인 등록 절차, 연금 개시 시점은 물론 ‘수익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는 논리까지 알려준다고 홍보한다.

이 같은 홍보는 특정 강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털 블로그에는 ‘부동산 경매로 토지 매입해 농지연금 받는 법’, 온라인 카페에는 ‘부동산 경매 활용 농지연금 투자’, 동영상 플랫폼에는 ‘은퇴 후 매월 600만원 받는 농지연금 투자법 A to Z’ 등 농지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콘텐츠가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지은행을 운영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사를 짓지 않는 이가 농지연금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제도 악용 차단을 위한 보완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처 관계자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고, 당연히 농지연금도 받을 수 없다”며 “말 그대로 일 안 하고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경·공매 취득 농지는 실제 영농 목적의 인근 농지 소유자에게 우선 기회를 주기 위해 거리 기준을 두고 있으며, 최소 2년 이상 보유해야 연금 가입이 가능하다”며 “또 기존에 이장이 발급하던 영농경력사실확인서를 폐지하고,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직불금 수령 내역 등 공식 자료로만 영농 사실을 증빙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기계 진입이 어려운 농지는 가입을 제한해 경·공매를 통한 저가 매수 후 연금 가입을 막는 장치도 마련했다”며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한 농지 홍보에는 정정 요구와 제재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농지 투기를 조장할 뿐 아니라 실제로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이들의 농지 접근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흩어진 농지와 소규모·영세농 중심의 구조 개선, 고령농·은퇴농의 안정적 노후 보장 등을 목표로 하는 농지연금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농지연금 수령액을 과장해 제도에 대한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 등 농지를 활용한 국정과제가 추진되고,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농지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지 전문가 박석두 박사는 “농지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실상 투기와 다르지 않고, 경자유전이라는 헌법 가치도 훼손하는 것”이라며 “농지의 효율적 이용·관리와 농업인의 노후 보장 등 농지연금의 근본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고, 농지연금 수령액을 과장해 제도 오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가족 명의로 농업경영체를 쪼개 등록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책 목표인 농지 집적·규모화를 방해하는 만큼, 농업인 자격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요즘 동영상 사이트에는 농지를 위탁해 농지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콘텐츠가 넘치고, 여기에 태양광까지 더해지면 주식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자산으로 변하면서 오히려 농지가 더 잠기고 거래가 막힐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농지는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농민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농지관리기구를 도입해 가짜 농부를 걸러내야 하며 농지에 대한 헌법 정신도 계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