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에 농협 “전면 쇄신”···연일 개혁안 내놓으며 ‘강한 의지’

2025-11-18     김경욱 기자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농협은 12일 개혁 과제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주요 부서장이 참여하는 ‘범농협 혁신TF’를 가동했다. 사진=농협중앙회

‘범농협 혁신 TF’ 출범 이어
수의계약 운영 개선대책 마련
산청군농협 현장조사, 감사 착수
임원 보수체계 전면 개편 계획


최근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라 드러나며 거센 비판에 직면한 농협이 연일 개혁안을 발표하며 강한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농협은 12일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개혁안’을 공개하고 ‘범농협 혁신 TF’를 출범시킨 데 이어, 13일에는 수의계약 운영 개선 종합대책과 산청군농협 특별감사 실시 방침을, 14일에는 임원 보수체계 전면 개편 계획까지 잇달아 발표했다. 18일에도 사건·사고 농축협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앞서 10일에는 경영성과 부진 임원을 대폭 교체하고 퇴직 인사의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인적 쇄신안도 마련했다.
 

12일, 3대 추진전략 개혁안 발표

농협이 12일 내놓은 개혁안은 △신뢰받는 농협중앙회 △깨끗하고 청렴한 농축협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 등 3대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중앙회 지배구조 개편, 지역 농축협 부정부패 근절, 농업인 부채 경감 등 폭넓은 개혁 과제를 담고 있다.

농협은 우선 중앙회 운영 전반의 투명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표·임원·집행간부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대대적 인적 쇄신을 추진하고, 임원 선출 과정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퇴직자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대표이사에게는 경영 자율성을 부여하는 대신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중대한 비위가 발생하면 즉시 해임할 수 있도록 강력한 문책 체계를 갖춘다.

지역 농축협의 횡령·배임 등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한 관리 강화책도 포함됐다. 사건·사고가 발생한 농축협은 중앙회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비용 집행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과 위반 시 제재 기준을 적용한다. 부정선거 방지를 위해 선거관리기구와 신고센터를 즉시 가동하고,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신속히 조사한다. 아울러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는 지역 농축협에는 중앙회 예산과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익적 기능 강화 방안도 제시됐다. 농업인의 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해 신용 회복을 지원하고, 혁신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생산적·포용금융에 향후 5년간 108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농촌 소멸 방지를 위한 3조6000억원 규모의 ‘농심천심운동’을 추진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농업계 협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농협은 개혁 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범농협 혁신 TF’도 공식 출범시켰다.
 

13일, 수의계약 운영 개선 대책 발표

농협은 13일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수의계약 운영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후속 조치를 본격화했다.

농협중앙회는 수의계약 체결을 법령이 인정하는 예외적 경우로 제한하기로 했다. 천재지변·자연재해 등 국가 관계 법령상 명시된 사유와 농업인·조합원에게 이익이 직접 환원되는 계열사와의 계약을 제외하고는 수의계약을 금지한다. 계열사 간 수의계약에서도 물품 구매는 전면 금지하고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되, 중증장애인기업·여성기업·사회적기업 등 우선구매 대상 업체와의 계약 비중은 확대한다.
 

13일, 산청군농협 특별감사 착수

같은 날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산청군농협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를 예고했다. 이는 산청군농협 조합장이 산불 피해 구호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조합감사위원회는 11일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17일부터 본감사에 들어간다. 감사 결과에 따라 조합장 및 관련 직원에 대한 징계, 중앙회 자금 지원 제한 등 제재를 적용하고, 필요할 경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른 추가 책임도 묻겠다는 방침이다.
 

14일, 임원 보수체계 전면 개편 발표

농협중앙회는 14일 임원 보수체계 전면 개편안도 내놨다. 주요 내용은 △계열사 경영평가 변별력 확대 △경영성과와 보수 연동 강화 △고의·중과실로 인한 손실 발생 시 보수 환수 기준 마련 △이연성과급제의 전 계열사 확대 적용 등이다.
 

18일, 사건·사고 농축협에 강도 높은 제재 즉각 시행

18일에는 사건·사고를 일으킨 농축협에 대한 중앙회 차원의 지원 제한 조치를 대폭 강화해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수사 결과나 법원의 판단 이후에 지원 제한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수사·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부정행위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면 즉시 제재를 가하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농협중앙회는 사고의 경중에 따라 △신규 지원자금 중단뿐 아니라 △이미 집행된 자금의 중도 회수 △수확기 벼 매입 등 특수목적 자금 지원 중단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또 고의적 은폐나 축소 시도가 확인될 경우 가중 처벌을 적용해 엄정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최근 선심성 예산 집행, 금품 수수 등으로 공신력을 훼손한 전국 6개 농축협에 대해 17일자로 지원 제한을 실시했다. 이들 조합에는 기지원 자금 회수, 지점 신설 제한 등 강도 높은 제재도 추가 적용할 방침이다.

농협이 강도 높은 개혁안과 쇄신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행 여부와 개혁 실효성에 그 성패가 달렸다. 사진=농협중앙회 

농협 구습·관행 타파 의지…이행 여부·개혁 실효성에 달려

농협중앙회는 “이번 개혁 추진 계획은 과거의 구습과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며 “조직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회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농협, 농업인에게 힘이 되는 농협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사고로 신뢰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농협이 강도 높은 개혁 카드를 연이어 꺼내 들며 여론 수습과 조직 쇄신을 서두르고 있지만, 향후 실제 이행 여부와 개혁의 실효성을 놓고는 여전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