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2030, 그들이 사는 법] 줄어드는 인구수와 청년 역할의 영향
안재은
[한국농어민신문]
면사무소에 가면 출생신고서는 몇 장 안되지만 사망신고서는 꽤 두툼하다. 사망신고서를 보고 농촌의 인구수를 실감하게 되었는데, 이틀 전 마동리에서 같은 날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허전해진 마을 인구를 더 실감하게 되었다.
이틀 전 버스 종점에서 내린 마동리 어르신이 말을 걸어주셨다. “재은씨, 마동리 큰일 났어, 줄초상이 났어” 몸이 안좋으신 80대 초반 할머니가 집에서 돌아가시고, 건강하셨던 70대 중반 할머니가 파를 뽑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할아버지들이 아이처럼 눈물을 그렁거리며 울고 계셨다. 내가 마동리에 6년 동안 있으면서 친했던 마을분이 돌아가신 건 처음이다. 영정사진을 보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속으로 중얼 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얼마 전에 가서 맥주 한 잔 더 할걸’ 밭일을 마치고 좋아하셨던 맥주 한 잔 함께 못한 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곱게 미소 띤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니 그 미소가 낯이 참 많이 익었다. 집에 와서 똑같은 사진을 찾아보았다. 2년 전 마을 공동체 문화사업으로 시도했던 ‘마동리 화보집’에 있는 어르신의 모습과 똑같았다. 오랜만에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기뻐하는 얼굴로 포즈를 취하셨는데, 그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이렇게 빨리 마주할 줄은 몰랐다. 영정사진을 보니 참 많은 감정들이 올라왔다.
2년 전 코로나로 대면 프로그램이 어려웠던 시기에 ‘주민간의 대면 없이 어떤 문화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유명한 잡지에서 ‘할머니 화보집’이 이슈가 되면서 우리는 ‘마동리 마을 화보집’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어르신들한테 ‘사진을 찍을 거’라고 하니 ‘영정사진 찍고 처음 사진을 찍어 보신다’면서 좋아하셨다. 70대, 80대이신 어르신은 10년, 20년 만에 사진을 찍는다며 어색해하셨다. 그리고는 금세 수줍은 소녀, 소년 같은 얼굴로 사진을 찍으셨다.
메이크업을 해드리려고 많이 갖고 있지도 않은 나의 화장품을 가지고 와서 눈썹도 그려드리고 파운데이션도 발라드리고, 입술도 빨갛게 칠해드렸는데, 그때 화장이 생각보다 잘 안되서 서로 당황했던 모습이 영정사진을 보니 떠올랐다.
어르신들의 가족들도 화보집을 기억해주셨다. “어머니는 주름져서 싫어하시는데 저는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그 사진을 선택해 주셨나보다. 우리가 단순히 마을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한 일들이 시골마을 어르신들께는 즐거움의 이상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 소통 수단이고, 준비 없이 떠나는 마지막 길에선 당신의 꽃다운 모습이며, 행복했던 노후의 추억이다.
농촌의 인구 소멸로 전국적으로 청년들을 유입하려고 한다. 당연히 인구로 인해서 젊은이들이 필요하겠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농촌에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