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운의 화풍정(火風鼎)] 6·1 지방선거와 농업
[한국농어민신문 문광운 농식품전문기자]
입춘(立春)을 반긴 것이 엊그제인데 온 세상이 꽃 대궐이다. 계절의 순환은 쉼이 없어 청명(淸明)을 지나 곡우(穀雨)를 향한다. 농촌은 바야흐로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 한해 농사의 중심인 볍씨와 각종 채소 모종을 틔우느라 바쁘다.
하지만 농촌의 봄은 풍년의 싹을 틔우는 희망보다 암울한 그림자만 짙어가는 분위기다. 농작물 출하와 가격안정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일손부족부터 걱정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국인근로자 입국이 제한되자 하루 일당 15만원을 주고도 일손을 구할 수 없을 정도다. 가뜩이나 고령화가 심화된 농촌은 외국인이 없으면 농사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더욱이 올해는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서두르면서 3월부터 ‘아스팔트 농사’를 짓고 있다. 이는 무역 자유화율이 96.3%에 달하는데 우리나라 농수산분야 피해액이 한해 평균 5124억원으로 15년 동안 7조6860억원을 예상할 만큼 위협적이다. 쌀도 수입물량을 늘여야할 개연성이 높다. 중국이 가입하면 농업 피해는 더욱 늘어난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이들 지역은 세계적 곡창지대인데 밀의 경우 전쟁으로 파종과 수확에 차질을 빚어 전체적 곡물가격 반등을 부추기고 있다. 밀가루가격 인상으로 라면, 과자 등 관련제품이 줄줄이 올랐다. 일부 업체는 지난해 연말 가격을 30% 인상했는데 6월정도 20% 정도 더 올려야 한다고 한다. 곡물자급률이 21% 수준인 우리나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곡물 수입이 80%에 근접한 현실에서 국내 생산기반 확충은 물론 해외 생산기지 확보와 다양한 수입선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도농 소득격차도 갈수록 심화된다. 이는 지방소멸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도농 소득격차는 1990년 94.7%에서 2019년 62.2%로 하락했다. 그만큼 농촌정착이 어렵고 농촌을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조사 결과 20대 청년의 수도권 거주 비율이 2016년 54.5%애서 지난해 56.2%로 증가했다. 농촌을 떠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농업분야 인력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농업·농촌의 미래는 인력이 없어서는 담보할 수 없고, 그만큼 농업인력 육성은 시급한 과제다. 농업 인력은 후계농업경영인과 청년농업인 등이 정책의 중심이다. 청년농업인(만 18세 이상~40세 미만)의 경우 정부가 2018년부터 선발을 시작했다. 올해 2000명을 신규 선정했는데 그동안 누적 인원은 8600명이다. 이들은 3년 동안 월간 최대 100만원의 영농정착지원금과 3억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농신보 우대보증과 농지임대 우선지원 및 영농기술 교육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안정적 농촌 정착을 위한 것이다. 청년농들은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이어진다. 후계농업경영인 선정은 만 50세 미만이 대상이다. 농사지은 경력이 없거나 영농에 종사한지 10년 이하이고, 농고·농대 등 농업계학교 졸업생, 시장·군수·구청장 및 농식품부에서 인정한 교육기관의 관련 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선정되면 창업기반 조성비용으로 세대당 최대 3억원의 정책자금과 농신보 보증지원도 최대 90%까지 가능하다. 이들은 엄격한 심사와 절차를 거쳐 선정되는데 그만큼 농촌의 중추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농업·농촌 소외가 심화되는 분위기에서 농업인들의 역할강화가 강조된다. 선거구 획정도 단순한 인구수가 기준이어서 농촌선거구 감소로 농업·농촌을 대변할 의원들이 줄어들고 있다. 쾌적한 환경 보전과 전통문화 계승 등 농촌의 다양한 가치를 감안한 선거구 획정이 하루빨리 정비돼야 한다.
따라서 선거를 통한 농업인들의 지방농정 참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농업경영인의 경우 2014년 지방선거에서 223명의 회원들이 기초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에 당선될 만큼 역량을 입증 받았다. 2018년에는 180명이 당선돼 현장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면서 활발한 정책 활동을 펼쳤다.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농업계 인사가 얼마만큼 당선될지는 후보의 정책역량과 실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세밀한 준비와 대응으로 많은 인재들이 진출해 현장농업을 선도하길 기대한다.
※ 火風鼎이란-주역 50번째 괘의 이름으로 다리가 세 개인 솥이다. 이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안정과 균형을 의미한다. 세 개의 다리 중 어느 하나라도 완전하지 못하면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바람으로 불을 부쳐 솥에서 요리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현안을 다루되 독자의 입장에서 균형된 시각을 유지하려는 필자의 마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