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렇게 황금벌판으로 변해 가는 들녘을 바라보노라면 넉넉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지난 여름 뙤약볕에서 농작물을 애써 가꾸며 더 많은 수확을 얻고자 노력했던 시간들이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것 같다.언제나 변함없이 찾아오는 수확의 계절이지만, 올 가을의 그 풍성함은 우리 어르신께 드리고 싶다.팔십 평생 하루하루를 농촌을 지키시며, 팔남매의 자녀들을 뒷바라지하시며 인고의 세월을 함께 하신 여든셋이 되신 우리 아버님!팔순의 노령에도 언제나 지혜를 발휘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유기농업 하느라 자연과 더불어 농장을 운영하다 보면 꼭 해야할 일, 해서는 안되는 일, 또 하고 싶은 일들이 수없이 많다.그럴 때마다 아버님께서는 생활경험을 통해 얻으신 지혜를 잘 활용해 주신다. 예를 들면 잡곡농사를 지으니 새들과의 전쟁으로 만만치 않을 때 좋은 기구를 만들어 주시는가 하면 시조부님과 한의원을 오랫동안 하시며 느끼신 경험들을 유기농업에 활용해 주시는 등 농산물에 큰 몫이 있을 때마다 지혜를 발휘해 주시는 분이다.아무렇게나 생각했던 일들이 하나의 지혜가 되었을 때 유기농법이 가능하므로 조금만 부지런하면 산성화되는 토양도 살릴 수 있고 더욱 영양가 있는 채소와 곡식을 얻을 수 있다며 농업의 소중함을 언제나 강조하시는 분이기도 하다.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이 변하고, 농업이 변하고, 인심이 변하고, 참 많이도 변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농업의 지혜는 꼭 필요한 것 같다.언제나처럼 바쁘게 생활하는 일과 속에서 나도 남들만큼은 바쁜사람이지만, 그래도 짬을 내어 많은 일을 하면서 생활하다보면 흐뭇하고 보람된 일도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내가 한 일은 조금밖에 없지만, 큰 보람을 느끼며 산다.이제 이 가을에 넉넉한 마음으로 수확을 하다보면 나의 작은 마음속엔 아버님의 자리가 더 큰 것 같다. 언제나 부족하고, 지혜롭지 못한 나에게 늘 “애미야 고생한다, 애미야 고맙다”하시며 나의 두 손을 꼭 잡아주시고, 격려해주시고, 예뻐해주시는 아버님이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앞으로 팔순의 아버님이 더 건강하게 지내시도록 진정한 마음으로 효도하고 더 잘 해드려야 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올 가을엔 우리 팔남매 사십명 가족의 김장준비를 위해 채소도 잘 키우고 양념도 준비해서 김장하는 날은 가족잔치나 한번 해야겠다. 그러면 우리 아버님은 귀여운 손주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실테니까.<허기옥 -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상안미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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