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 후두둑 잔뜩 물먹은 하늘이 또 다시 비를 토해 낸다.해마다 이맘때쯤 반복되는 수해!올해는 하루 이틀에 끝나는 호우가 아니라 몇 날 며칠을 두고 전국적으로 내리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우리 마을 옆으로 큰 하천이 있어 집중 호우가 오면 항상 걱정이다.올해도 예외는 아니라서 마음을 졸였는데 위험수위에서 더 이상 장대비가 내리지 않아 대피하는 일은 면했다. 그러나 농경지는 이미 물바다가 되어 버렸다.다행히 하루, 이틀만에 물이 빠져나갔지만 웬만한 작물은 포기해야만 했다.들에 나갔다 온 남편 얼굴을 살피며 어렵게 묻는다.“어때?” “우리만 겪는 거 아니고, 이만하길 다행이지.”그 다행이란 것이 하우스 철대는 무사하다는 뜻인가 보다. 재작년 겨울 폭설로 모두 내려 앉아버린 비닐하우스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가.“어떡해?” “걱정마, 다시 시작하면 되지.”“어떻게 걱정이 안돼!”“모두 다 걱정한다고 될 일도 아니잖아!”하긴 하소연 해본들 누가 해결해 줄 것도 아니고….낙천적인 남편 성격이 오늘따라 더욱 고맙다.TV에서 연일 호우 피해지역이 보도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애지중지 가꾼 들녘이며, 가축들, 비닐하우스, 가옥까지 꼴깍 삼켜버린 흙탕물. 무엇으로 위로할까?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그들에 비해 우린 남편의 말대로 정말 다행인지도 모른다.농작물 피해로 농산물 반입이 줄어 야채류 값이 비싸다고 연일 야단들이다. 파 한 단에 100원하고, 애써 가꾼 호박이 박스째 가락시장에서 버려져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사람들이, 이 물난리 통에 잠시잠깐 올라간 야채 값을 빌미로 야채를 수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고위 간부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칠천여 평에 대파를 심어 놓고 봄부터 얼마나 가꾸었던가. 봄 가뭄에 비탈 밭에 심어 논 대파를 살리려고 물과의 전쟁을 치렀었다. 일 손이 딸려 며칠만에 가 본 파밭은 쭉쭉 자란 풀로 호미 대신 낫으로 비어야 했었다. 영양제를 주고 소독을 하고 제초제를 뿌리고 그렇게 가꾸어 놓은 수확기 대파가격은 형편없었다. 인건비는 고사하고 투자한 비용도 나오질 못하게 생겨 대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파단지가 호우로 무너지는 바람에 덕을 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쓰리다.네가 망해야 내가 산다는 아이러니! 어떻게 복구를 한단 말인가! 이래저래 애지중지 가꾸던 농작물과 들녘을 잃어버린 농민들 가슴만 타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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