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에서 일손을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보다 더 어렵다.영농철을 맞아 한창 수선을 떨며 바쁘게 움직일 농촌의 들녘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얘기가 ‘일손 좀 구해달라’는 것이다.이처럼 농촌에 일손이 부족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농촌의 유휴인력이 농사일보다는 편하다고 생각되는 공공근로사업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농사 인건비는 여자가 하루 2만8000원, 남자가 4만원 정도인데 공공근로도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노동강도는 농사보다 낮은 반면 임금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다.이제 공공근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공공근로는 98년 경제위기로 실업이 극심하던 상황에서 임시적인 구호조치였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공공근로현장을 영농현장으로 옮기는 대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오는 6월 13일로 예정된 지방자치선거도 농촌의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선거가 영농철과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쉽고 보수가 높은 선거운동으로 인력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우리지역에는 술 가공공장과 장류 가공공장, 나물 가공공장, 관광농원 등 몇 개의 영농조합법인이 있는데 이곳의 일손부족도 심각하다. 특히 이곳은 경리와 영업 등을 담당하는 젊은 인력이 필요한데, 최근 경기가 풀리면서 이곳에 근무하던 인력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예나 지금이나 농사일이 다른 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다. 더러운 것, 힘든 것, 위험한 것은 안하려는 3D현상이 나라 전체에 팽배한 상태에서 농촌의 일손이 부족한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농사는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생명산업이며 식량안보라는 절대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농촌일손 부족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농협에서 실시하는 농촌일손돕기 인력은행에 신청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이제 농촌의 일손부족 현상을 단순한 농촌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희덕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서석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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