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옆집에 살던 김씨네가 도회지로 떠났다.예전 같으면 농촌을 떠나지 말고 같이 살자고 붙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씨가 떠나는 심정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잡지 못했다. 전에는 주변에서 농촌을 떠나려하면 못 떠나게 설득하느라 밤을 세우곤 했다. 떠나는 김씨도 도회지에서 특별히 할 일이 있거나 돈이 많아 장사를 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고 막일을 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려고 떠나는 것이다.도회지에서는 자기만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수 있고 자녀교육도 농촌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시킬 수 있다고 김 씨는 믿고 있었다. ‘땅은 정직하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은 이제 농촌에서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지금 농촌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는 대부분 먹고사는 문제와 자녀들 교육문제 때문이다. 농촌에서 남자들 셋 만 모이면 먹고사는 얘기가 나오고, 주부들은 자녀교육을 고민한다. 특히 주부들은 자녀들 교육문제만 해결된다면 농촌도 살만하다고 말한다. 97년부터 농업의 실질소득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교육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 소득이 줄어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면 학생가 줄어 학교가 통합되고, 학교가 줄어들면 교육환경이 어려워져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농촌이 공동화되고 있다.언젠가, 누군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어야 한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강원도 농가 수는 7만7456가구로 95년보다 5670가구가 줄었고, 농가인구는 23만8133명으로 4만3127명이 줄었다. 또한 91년부터 추진된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전국에서 3814개의 학교가 폐교되거나 통합 운영되는 등 농촌의 교육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농촌소득과 교육문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는 하나의 문제다. 저녁 때가 됐는데도 오늘은 김씨 집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다.<김익규 전 한농연인제군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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