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사건들 속에 신사년의 마지막 바통을 얼른 넘겨받은 임오년의 힘찬 시작도 첫 발부터 멍들어간다.끊이지 않는 부정부패 행렬에 곧 있을 지방선거와 대통령 경선을 앞두고 정권 야욕에 찬 후보들의 행보도 발빠르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이란 불신이 국민들을 외면하게 한다. 모처럼 회관에 나가보니 모두 침울하니 기운이 없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회관 옆집도, 또 효겸이네도 올해 논이 줄었다고 한다. 힘이 부쳐 농사를 못짓겠다고 내놓은 분들인데 ‘그 동네 사람 줄려고 그런답니까’ 했더니 ‘어설픈 직불제 때문이랴’한다.참으로 기가 막혔다. 얼마나 된다고 농사짓는 사람들 보호하기 위해 자구지책으로 주는 그 돈에 욕심이 나서 노구의 몸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하고 또 어떤 지주는 소작료를 올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니 안타깝기만 하다. 윗분들은 천, 천, 억, 억 하는데 농촌에서는 몇 푼 되지도 않은 액수에 연연해서 서로 욕심을 부리니 서글퍼진다.직불제란 지주들보다 농사를 지은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니 진정 구슬땀 흘리는 농민들이 받아야 당연한 것이다. 도회지 사람들 못지 않게 약삭빠르며 절대 손해 볼 일은 하지 않고 자기 이득만을 추구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어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있지만, 행여 다른 마을이 알세라 허물을 덮어주고 우리 식대로 따뜻하게 대하며 서로 좋게 살자는 착하고 착한 우리 마을 사람들이다.농수산물 완전 개방으로 우리의 농산물이 자꾸만 설자리를 잃어간다. 이렇게라도 더 못살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시는 어른들을 보니 마음이 찡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래도 학생 있는 우리 살림보다는 훨씬 나은데 노인네들이 엄살을 더 부린 것 같아 씁쓸해진다. 필요할 때 아니면 전기 낭비라며 가로등불 세 개만 켜고 나머지는 꺼두는 우리동네. 이만큼이라도 살 때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넘칠만큼 풍족하게 살았느냐, 이렇게 함부로 하다가는 나중에 못살게 되면 아끼고 싶어도 아낄 것이 없어서 못 아끼니 내 돈 아니라고 함부로 하지 말라고 야단하시는 어른들, 나라가 편안해야 백성이 잘 산다고 누누이 말씀하신다.요즈음 뉴스를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와 혼란, 분노에 찬 백성들의 폭력과 시위,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막대한 뇌물을 챙겨 해외로 휴가중이라니 기가 막혔다. 하긴 우리나라 정치하는 사람들도 역시나 그렇게 안되라는 법은 없다. 지금도 곤란한 일 터지면 외국으로 도망가기에 바쁘니까. 제발 이런 아르헨티나를 교훈 삼아 우리나라도 한마음으로 단결하여 깨끗한 선거와 청백리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성숙한 국민들이 밀어주고 도와주어 아르헨티나처럼 국가부도 나는 일이 없도록 힘써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 나 자신부터 변화해 타인에게 덕은 못되더라도 해는 되지 않도록 애를 쓸 것이며 미력한 힘이나마 도움이 필요한 곳은 결코 외면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황영순 전북 임실군 우수면 방축리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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