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유신정권 시절, 농정개발의 일환으로 추곡수매를 품질별 등급제 차등수매가 아닌 생산지대별 차등수매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당시 중산간지의 다락논은 평야지 보다 생산비가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높은 가격으로 수매하고, 평야지 수리안전답은 낮은 가격으로 수매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의 이면에는 중산간지의 다락논이 평야지의 논보다 환경보전적 가치와 수자원 확보에 5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당시 건설부의 조사보고서와 일본, 대만의 사례를 통해 수차례 검증한 바 있다.□ 다락논 환경보전적 가치 탁월다락논을 구조개선한다고 논두렁을 없애고 초지와 과수원으로 전환시키거나 공장으로 지목을 변경한다면 그것은 바로 지하수 고갈과 생태계 파괴로 연결된다는 내용이었다.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것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이유는 다락논 지대가 대부분 태백산을 중심으로 한 동쪽지대인 강원, 경북 등 여당지역이었고, 평야지는 서쪽인 호남지역으로 야당지역민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였기 때문이다.쌀 농사는 이제 식량안보보다 다원적 기능이 우선하여야 한다. 따라서 쌀농사의 직불제 혜택은 평야지보다 중산간지 다락논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한국의 농지는 경지규모화를 꾀하면 다소 경쟁력이 높아지겠지만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 MMA물량 기준연도 조정 필요중국 흑룡강성의 쌀 명산지인 밀산지역의 경우 최고 미질의 합강19호(고시히카리급)는 벼 1톤당 130달러(쌀값의 72%)이고, 건너편 러시아 연해주에서는 벼값이 톤당 98달러밖에 되지 않아 한국의 톤당 1000달러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국제시장에서 열 번을 다시 깨어나도 한국의 쌀농사는 이들을 당할 수 없다.MMA물량 기준연도(86∼88년 3년간)에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금보다 약 40㎏이 많은 125㎏이었고, 가마당 정부 수매가는 지금보다 무려 배나 낮은 6만5000원이었다. 비관세화건 관세화건 간에 지금의 소비량과 수매가격이 반영되는 기준연도의 획기적 조정 없이는 농림부안이나 재경부안 모두 도토리키재기에 불과하다.□ ‘농업의 귀중함’ 다시 새겨야이제는 기능쌀의 개발에 몰두해야 할 때다. 쌀에 상황버섯 균사체를 코팅한 위장병, 당뇨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기능쌀, 다이어트쌀, 포도당쌀 등 다양한 기능쌀을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개발해야 한다. 연평균 한 가마밖에 되지 않는 소비량을 가지고 가격을 따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한국 쌀의 국제경쟁력은 기능성 쌀의 개발로 극복해야 한다.시장경제론자들이 총 인구대비 농민 8%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4%밖에 되지 않아 자기역할도 못한다고 욕하지만 다산선생이 농민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농민들이 경제외적으로 도시인의 수십배로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농업의 귀중함을 느낄 때에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시기가 된 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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