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애순 충남 서천군 마서면 남전리 10011월은 특별한 달이다.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 세상에 나와 부모님의 사랑으로 살게된 달이 11월이다. 농촌에 살면서 부지런히, 그리고 꿈을 가진 젊은이와 결혼한 때도 11월이다.처음 내 눈에 비친 농촌은 늦가을의 앞마당처럼 모든 게 풍족하고 겨울 내내 그저 꺼내 먹기만 해도 되는 곶감과도 같았다.그러나 봄이 되고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내 생각을 뒤엎는 정말 바쁜 농촌이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밤과 낮은 그렇게 흘렀다. 이렇게 몇 년을 계속하면서 내 맘속에 꿈틀거리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우리의 삶은 무엇인가?농촌에서 자립하기엔 너무도 요원한 문제가 많았고, 오래 전부터 예상돼 온 올해의 쌀 파동은 견디기 어려운 농촌의 여건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그러나 내가 선택했고 내 인생의 뿌리가 내려 있는 이 삶터를 어떻게 할 것인가? 땀의 대가를 알아주지 않는 결과로 인해 이 땅을 팽개치고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하나, 끊임없이 되뇌이는 질문으로 몸도 마음도 지친다. 어려움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결정한 내 땅이 이제는 슬픔의 땅으로 보인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어 아름답기조차 했던 들녘, 그 땅의 소산을 다 내어 주고도 담담히 누워 있는 들판을 보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우리는 힘들어하고 있다.그래서 이 곳을 떠날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부대낌속에서도 의연하게 버틸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었고 사람답게 살도록 용기를 얻은 이 땅을 외면할 수 없는 우리는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고 이 땅을 지켜 내야 할 사람들이다.이제는 농촌의 다면적 기능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어떻게든 도시 소비자를 농촌에 끌어들여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농촌의 장점으로 여겨졌던 부분을 소비자들과 공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면서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농촌에 활력을 넣는 일. 즉 여성농업인을 중심으로 그린투어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 도시의 소비층이 주로 어머니들이고 그 감성을 우리와 같이 느낄 수 있으므로 그들에게 세심한 배려로 섬세하게 다가서야 한다.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면서 생산해 낸 농산물을 소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농촌의 정서와 환경을 제공해 함께 농업을 생각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에 밝아야 하고 적극적인 경쟁력을 갖고 나서야 한다.오늘의 농촌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많은 변화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당당히 맞서 희망을 일구어 내는 농촌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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