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욱 한농연연천군연합회 회장최근 우리농업은 상당한 시련으로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네. 경제논리에 의해 희생양이 되어온 것도 사실이지만 정치권의 도덕성 부재와 농업경시풍조에 그 근본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걸.예로부터 농민이 시위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이 말은 농민이 그만큼 순수하고 여리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자제해 온 것이라네. 그렇지만 우리 속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농민이라도 마냥 참고 견딜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지난해 12월 농가부채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집회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도 정부는 한·칠레자유무역협정 4차협상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국제협력센터 연수원에서 재개한 바 있지. 협상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농업에 상당히 불리한 결과로 나타날 것은 뻔한 일이 아닐까?문제의 핵심은 칠레산 과일가격이라네. 칠레산 복숭아와 포도가격은 각각 국산의 1/4, 1/5이고, 칠레산 키위는 1㎏당 147원으로 국산 키위의 1/20에 불과하지. 이같은 차이는 양국의 농업생산체계를 보면 알 수 있다네. 칠레농업을 이끌어 가는 생산주체는 재배면적이 2000㏊ 이상의 기업농인데 반해 우리는 고작 10㏊ 미만의 농지를 나누어 일부에서는 벼를, 일부에서는 과채류를 재배하는 영세자영업자에 속하지.지난해 오렌지의 사례에서 보듯이 현재와 같은 고율관세 하에서 칠레산과일이 수입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과일산업에 치명상을 줄 것은 뻔한 데 자유무역협정의 원칙(무관세나 저율관세)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복합영농방식의 우리농업은 몰락하지 않겠는가?우리 농민들의 꿈은 매우 소박하다네. 호의호식이나 부귀영화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생존권만 보장된다면 농민의 집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네. 그러나 올해에도 쌀문제 때문에 전국이 들끓고 있어 갑갑하네. 농림부는 최근 쌀값의 간접보조는 불가능하다며 내년 직접지불액을 대폭 늘린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재경부 등 정부내 경제부처에서는 쌀 경쟁력강화라는 정책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지. 그동안 경제논리에 밀려 수십년간 저농산물가격정책에 희생되어온 농민들에 대한 보상은 온데간데 없고 이젠 오히려 농업을 해외에 팔아넘겨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 유럽의 국가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된 농민을 보상키 위해 소득의 절반이상을 직접지불로 보전한다는데 우린 어떤가?자네도 농민의 이런 아픔을 같이 한다면 비농업계에 종사하더라도 농업·농민의 전도사가 되어주길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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