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쌀 증산을 포기하고 가격 하향조정과 휴경보상제 도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시책은 현재의 쌀 재고량만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대응이라 느낄 수도 있으나 수년전부터 양곡의 수급과 농민의 피해를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손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시장기능에 맡긴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남북분단과 식량자급능력, 기상이변 등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태와 함께 현재까지의 양곡수매 제도 및 가격결정, 농지제도 등 정부의 일방적 시책에 따라 대를 이어 농민들은 피해를 겪고 있다.농민들이 정부시책에 순응하면서 불이익을 당한 사례들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 광복 이전의 공출미, 소작료 등의 착취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수립 후 80년말까지는 농민의 의사에 반하는 헐값에 양곡을 수매하면서 전국의 자연마을 단위로 수매량을 할당하고, 공무원을 동원 목표량을 독려했으며, 농지세, 수세, 비료대금 등도 현물(양곡)로 징수했다. 쌀의 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농민들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는 저품질 다수확종인 통일벼 씨앗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이에 응하지 않는 일반벼 못자리는 담당공무원이 갈아엎는 예도 있었다. 근년에 와서는 쌀 소비의 감소와 외국쌀 수입 및 연속적인 풍년으로 쌀의 비축량이 늘어나자 은연중에 수매가격 인하, 수매량의 축소 등으로 농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양곡관리 특별회계의 적자가 커지자 이를 줄이기 위해 양곡 수급기능의 일부를 농협에 이양해 이젠 영세한 지역농협까지 손실을 입게 하고 있다.쌀의 소비정책면에서도 젊은 세대들에게 분식을 장려해 라면, 국수, 빵 등 밀가루 음식에 길들여 놓고 이제와서 쌀이 소비되지 않음을 탓하고 있다. 시기는 일실했지만 지금부터라도 농민의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양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쌀값하락으로 인한 농민의 아픔은 차치하더라도 쌀증산을 일시에 포기하고 생산기반과 여건이 전혀 다른 외국산쌀과 경쟁시킨다면 식량생산의 기초가 무너질 것이다. 쌀소비증대를 위한 국민운동과 더불어 농가소득보장을 위한 기반을 조성, 농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대책이 우선 나와야 할 것이다. 남북분단 상태하의 안보적 차원의 식량확보와 통일기금에 의한 대북 쌀지원 등 장단기적 양곡 수급계획은 식량생산의 안정적 기반을 위해 반드시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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