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용 한농연인제군연합회장경조사에 오고가는 모임 문화는 우리 전통의 아름다운 모습이다.수도작 문화에 바탕을 둔 우리문화는 이웃의 어려움이 있을 때는 같이 슬퍼해 주고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을 인간의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다.이런 문화적 바탕은 농경사회에 두레 울력 품앗이 등 다양한 공동모임체 형태로 전래되면서 지금도 농촌에는 이러한 형태의 모임들이 남아있다. 결혼식, 환갑잔치, 장례식, 돌, 백일 등 수많은 행사에 이웃들이 참석하여 즐거움과 슬픔을 같이한다.아름다운 전통은 지켜가고 보존해 나가야 하지만 전통이 과하여 오히려 생활의 폐해가 된다면 현실에 맞게 고쳐가는 것도 중요하다.2만여평 농사를 지으며 한농연인제군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지난 5월에 외출한 날짜를 집어보니 13일을 넘겼다. 같이 활동하는 이웃의 시·군연합회체육대회, 동문회, 친목계, 작목반, 영농교육 등 수많은 모임에 참석했다. 이렇듯 모임이 많아 외출이 잦아지니 집안 일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집사람과 말다툼도 잦다.당장 고추를 심고 모내기도 해야하는 바쁜 영농철에도 이전에 우리행사에 참석한 단체에서 초청장이 오면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정서다.농민이 가장 창피한 것은 자기논에 풀이 무성하고 농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농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밖으로만 나돈다며 뒤편에서 쑥덕댄다.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행사의 내용과 참석자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모임의 의미는 퇴색되고 농촌의 일손만 빼앗기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이라도 꼭 필요한 모임은 갖되 비슷한 모임은 함께 묶어 모임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정부·단체·농민 등 각계는 스스로 개선해야 될 점이 있다. 행정기관은 농민교육에 있어서 실효성있는 교육으로 영농휴식기를 통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교육을 정비하고, 지도기관이나 협동조합의 지도사업의 경우에도 기능이 같은 사업을 공동협력사업의 방식으로 사업을 통합할 필요성이 있다.농민들도 마찬가지다. 상당수의 농민들이 여러 농민단체의 회원이어서 중복적인 농민단체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농민들 스스로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농민단체에만 회원으로 활동하기만 한다면 농민단체도 통합 또는 정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현실과 괴리되어있는 전통적인 모임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 슬기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 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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