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 않은가요” 명절맞이를 그토록 신나게 하니 주위 친구들이 가끔씩 나에게 해오는 말이다. 분명 명절날이고 보면 7남매 맏이인 우리 집에 어른, 아이 모여서 서른을 넘어서는 대가족이 되어 바쁘기는 하지만 한국에 와서 지내는 4년동안 명절맞이야말로 살아가는 삶의 즐거운 날들로 손꼽을 만하다고 나는 생각한다.명절이 돌아올 적마다 남편은 씻어서 건져놓은 한말이나 되는 떡쌀을 차에 싣고 떡국대를 가공해 온다. 그러면 시어머님과 나는 꼬박 하루쯤을 들여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이 아프도록 떡국대를 자른다. 중국에서 익힌 물만두 만드는 재간도 피워 만두도 많이 빚어 놓는다. 그때면 시동생 넷이 선후로 자가용에 식구들을 태워 큰집을 찾아온다. 챙겨온 능금이며 감, 귤 등 과일을 박스에 담은 채로 내린다. 쇠고기며 물고기도 내린다. 이때 총 지휘가 된 남편은 흐뭇하여 안그래도 작은 눈이 일자로 되어 웃음을 피우니 집안은 한결 화목하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시동생은 닭잡이 선수가 되어 차례상에 쓸 닭은 잡는다. 옛말에 닭모가지를 비튼다는 말을 들었지만 도끼로 목을 자르는 것은 시집와서 처음 본다. 차마 목이 잘려 피뿌리며 풀떡거리는 닭들을 볼 수가 없어서 나는 닭의 목털을 빼고 피를 뽑아 던져준다. 그리고는 다시 주방을 나가본다. 둘째 동서는 ‘나물무침 능수’, 셋째 동서는 ‘지짐부침 능수’, 넷째 동서는 ‘설겆이 능수’, 다섯째 동서는 ‘밥짓기 능수’다. 시어머님도 뒤질세라 일거리를 찾아 차례상에 차릴 밤알을 까신다. 우리 애들 두 형제가 거느린 학생들은 더러움도 저쪽으로 소 외양간 청소를 하고, 고등학교 조카애들은 남녀 분별 있게 갈라서 집 안팎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소각해 버린다. 초등학교 조카애들은 멍멍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찌꺼기를 얻지 못해 야단들이다. 거기에다 두 시누이 식구까지 오면 더더욱 재미가 있다. 하여 나는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의 기분을 스스로 새롭게 살린다. 이틀 동안 북적대던 시동생에 시누이들의 식구들을 배웅하고 돌아설 때면 또다시 다음 명절에 모일 마음으로 설렌다. 즐거운 이야기들을 하다가 떠나간 집안이 좀 허전하긴 하지만, 남은 우리식구끼리 모여 앉아 이번 명절에는 무엇이 맛있었고 뭐가 재미있었다며 다시 이야기를 해보는 즐거움이 끝이 없다. 그러고 보니 나는 명절 아닌 때에도 어떻게 하면 명절 기분으로 명랑히 지낼까 궁리 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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