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농업은 주작목을 쌀로 하고 축산, 원예, 인삼 등 부작목으로 보완된 복합영농체제가 주를 이뤄 왔다. 그러나 비농업 부분의 전문화 추세에 발맞춰 농업부문도 품목별로 발빠르게 전문화 돼가고 있으며 이러한 여건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업구조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과수, 채소, 화훼, 축산, 인삼 등 부문에서 전문화가 빠르며 이 농가들의 기술 수준은 전문가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품목조합 조합원수 12만 육박원예, 축산, 인삼 등 품목조합 조합원수는 현재 12만이 넘고 조합은 1백5개가 설립돼 있다. 즉 과수, 채소, 화훼 등 원예계 조합이 45개, 낙농, 양돈, 양계, 양봉 등 축산계 조합이 46개, 인삼조합이 14개이며, 이들 조합의 사업실적은 지역농협 실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조합을 지도 감독하는 중앙회에는 아직 해당 분야마다 전문가가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결국 전문농가를 육성해야 할 전문조합을 다시 지도 감독해야할 중앙회가 전문화돼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통합 농협법(제138조)에는 전국 품목조합연합회를 만들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았다. 문은 열렸는데도 품목조합 연합회가 탄생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 영세·설립절차 복잡 ‘문제’첫째로 품목조합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세한데다가 경영부실까지 겹쳐 연합회 운영을 위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기능수행능력도 없이 간판만 내거는 것도 말이 안된다. 둘째 걸림돌은 품목조합연합회의 성립조건이 5개조합 이상이면서 전체의 2/3가 참여해야 하고 그것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다. 따라서 조합수가 4개 이하인 품목조합은 처음부터 생각도 못할 일이고 설령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도 정부가 승인해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셋째는 품목조합의 기능과 역할이 현재 농협중앙회의 그것과 확연히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품목조합연합회를 만드는 것은 기능의 중복이라는 저항을 받고 있다. 따라서 현재 농협중앙회 기능과 역할을 그대로 두고 품목조합 연합회를 따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농업의 부문별 전문화를 인정하면서 품목조합연합회 설립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될지도 모른다. 중앙회-연합회 기능 재조정 필요그러므로 현재 농협중앙회 기능 중에서 연합회 기능과 중앙회 기능을 재조정해 품목별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과, 배, 포도, 채소, 화훼, 낙농, 양돈, 양계, 인삼 등 품목조합이 독자적으로 연합회 설립이 어렵다면 농협중앙회의 대 조합관련 업무를 원예, 축산, 인삼 등 몇 가지 부문(물론 더 세분할 수도 있다)으로 집중해 회원 조합의 판매, 구매, 무역사업 등 경제사업을 지원하고 회원조합관리를 전담하도록 해 체제를 갖춘 다음 여건이 성숙된 후 인적자원을 포함해 모든 체제를 연합회로 전환, 간판을 갈아 달면 어떨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직원들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관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든 간에 품목조합연합회 설립을 준비 없이 서두르거나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수수방관한다면 농업의 전문화는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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