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 1구 2079년전 큰아이의 유치원 입학식날 온 아이들은 30여명이 되었다. 한 두살의 터울이 모인 아이들이었으나, 올망졸망한 모습들이 무척 귀여웠다.남편이 초등학교 다닐적에는 오후반도 많아서 학교를 지어 면소재지에서 분가까지 했다는데, 그런 세월이 30년도 되지 않아 두 학교는 통폐합됐고, 20명으로 1학년 입학식을 한 아이는 14명으로 줄었다.누구나 겪는 시골학교의 문제이지만, 우리집에서 겪는 교육문제는 여기에 교통까지 보너스(?) 돼있다. 육지와 여객선으로 두 시간 삼십분의 거리를 두는 낙도이다 보니 제일 힘들게 부딪히는 문제가 아이가 아팠을 때다.별 탈 없이 지내던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고 토할 때, 뭍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주의보가 내린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고 선창까지 나가서 배를 기다리는 심정을 육지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싶다.뭍에 사는 시골사람들이 교육문제 때문에 도시로 이동하는 걸 볼 때면, 섬보다 이동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교통편이 나를 부럽게 한다.5학년 작은아이는 반에서 꼴등을 해도 10등이고, 3학년의 작은집 아이는 꼴등을 해도 4등이다 보니 전교생이 50등 안에 든다. 일년에 한 두번 뭍으로 나가는 낙도의 이 아이들. 그러다 보니 신호등을 보는 것도 혼동스럽고 어쩔 때는 육교를 지날 필요도 없는데 올라가 보고 싶어한다.초등학교 6학년이 되도록 버스요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내 아이를 보면서 현실을 너무도 모르게 키우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내가 체험한 어려움때문이 아니라 자칫 이 생활이 나의 아이들에게까지 되물림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그렇다. 육지라면,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농촌이라면 훗날 내 아이들을 위한 전원생활을 위해 집단장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생활하는데 최소한의 의료혜택마저 받기 어려운 이곳에서 내 아이들을 살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섬이 고향인 친정어머니가 언니가 출가할 때쯤 한 말이 있다. “딸이 셋 있지만, 시집만큼은 절대 육지로 보낸다”고. 당신 죽어서 주의보가 내리면 못오고, 자식이 보고싶을 때 당신 마음대로 자식집에 못간다며 하신 말씀이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간다. 결국 친정어머니의 염려가 나의 현실로 나타났고, 난 지금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고민하며 여자들만이 앓아야 하는 조그만 질병 하나에도 배를 타고 목포로 가야하는 현실 속에서 산다. 오늘 6명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한 날, 교장선생님은 자모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이 학교가 폐교되지 않게 모두들 동생들을 낳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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