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안정 프로그램 도입을농산물 가격의 오르내림이 심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처럼 대다수 농산물 값이 떨어진 것은 드문 일이다. 작년에는 봄철부터 방울토마토, 수박, 참외 등 과채류 가격이 폭락하였고, 이어서 배추, 사과, 배 가격까지 떨어져 농가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양파 주산지인 무안과 창녕, 수박으로 유명한 고창과 함안, 온 들판이 토마토로 뒤덮인 부여 세도 등 앞서가는 지역에서조차 ‘무엇을 심어야 소득이 되는가’ 하고 대체작목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농산물값 하락, 소득 감소 불가피이렇게 농산물 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은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작년도 오렌지 파동에서 보듯이 외국 농산물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설채소와 과수 면적이 해마다 늘어난 것도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앞으로 수입개방이 더욱 확대되리라 볼 때 가격 폭락과 그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시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 나라는 이에 대비한 정책이 부족하다. 채소류 수급안정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나 사업량이 적고 가격보장 수준이 낮다. 유통협약과 유통명령제, 자조금제도 생산자조직의 역량이 미흡하고 계약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른 시기에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WTO 체제에서 정부가 가격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의 시장개입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소득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향후 농업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중 하나라 할 수 있다.‘소득안정 계정’ 방식 적용 바람직선진 외국을 보면 90년대 들어 가격정책을 후퇴하면서 농가소득 안정을 직접 목표로 하는 정책이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가 1991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순소득안정계정(NISA), 미국이 1996년부터 도입한 수입보험, 일본이 1998년 쌀에서 시작하여 주요 품목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품목별 경영안정대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우리 나라에서 농가단위의 소득안정을 위한 정책을 모색하는데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일본의 품목별 경영안정대책은 시행이 비교적 용이하고 가격하락에 대한 소득안정 효과가 크지만 가격과 직접 연계되어 있어 UR의 녹색조항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한편, 농가별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보험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어 시행이 곤란하다. 따라서, 캐나다의 NISA와 같은 소득안정계정 방식이 유력한 방안으로 판단된다.품목별 가격정책 등 병행해야소득안정계정이란 프로그램에 참여한 농가와 정부가 공동으로 기여금을 갹출하여 농가별로 금융기관에 계정을 개설하고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로 감소하였을 경우 계정 잔액 내에서 인출하는 제도이다. 이 방식은 위험관리의 궁극적 책임을 농가가 진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의 원리에도 부합하며 제도 악용의 가능성이 낮아 행정비용도 적게 든다. 또한 농가 전체의 소득을 대상으로 하므로 품목별 대책에 비해 소득안정의 범위가 넓으며 생산에 중립적이므로 녹색정책 규정에도 합치된다. 단, 이 방식을 도입하는 데에는 농가의 소득(수입)을 파악할 수 있는 기장방식의 개발, 농가의 효율적인 계정관리를 위한 기법 개발과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파국적인 소득변동을 방지할 수 있는 정도의 품목별 가격정책, 재해대책의 정비가 병행돼야 이 방식의 소득안정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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