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남매 가족이 만드는 풍성하고 포근한 설날]명절이면 걱정부터 앞선다.‘민족의 대이동’이란 타이틀에 맞게 9남매의 가족들이 우리 집을 향해 이동해 오니 그 적잖은 식구들의 음식수발은 순전히 나의 몫이다.이번 설에는 ‘다식’과 ‘과줄’을 만들어 보았다. 다식은 익힌 쌀가루와 콩가루 날송화 가루를 꿀과 조청에 버무려 다식판에 찍어내는 음식이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걸 보면 전통적으로 의미가 깊은 음식이다. 과줄은 일명 산자라고도 불리는데 이 역시 제사상에 고유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여러 식구가 나누어서 일을 하니 차례준비가 얼추 끝나고 조금은 한가한 시간에 과줄을 만들어봤다. 여섯동서가 한 자리에 앉아 엿을 바르고 튀밥을 묻혀내며 깔깔거리니 꼬마들도 저희들도 할 수 있는양 손을 넣어 헤집어댄다.셋째집 아이는 ○○대학에 붙었다 했고 넷째집 아이는 이틀있다 군대에 간다고 동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남자아이가 많은 우리집 가족으론 매년 한명씩은 군대에 보내는 편이다.지난 일들, 앞으로 있을 가족행사가 동서들이 다 모인 이 시간에 펼쳐지는 셈이다. 웃으며 수다떨며 만든 과줄을 아이들에게 가져다주었더니 한 두개 들어보기는 하나 맛은 별로인 모양이다. 우리들 어렸을 때 간식거리로는 엿이 최고였다. 명절을 앞두고 집집마다는 엿을 고아 항아리에 넣어두고는 손님이 올 때는 콩가루에 묻혀 찬곳에 두면 딱딱한 엿판으로 굳어져 탁! 쳐서 한조각 입에 넣어주면 입안에선 종일 엿냄새가 향기로웠다.과줄은 어땠나. 명절을 지낼 때면 큰항아리 가득이던게 들락날락 꺼내 먹으며 정월 한 달을 잘도 보냈었지. 그렇게 달디달던 맛이 요즘 아이들의 입맛에는 안 맞는 모양이다.설날. 엄숙해야 할 차례상에 웃음이 한창이다. 다섯살 아래 세 아이가 차례상 앞자리를 차지하고서 음식을 떼어먹다 들킨 모양이다. 어른들 눈치를 보는게 여간 귀엽지가 않다.아이들이 기다리는 세배시간은 아침 설거지가 끝나기가 무섭다. 이 시간만큼은 온 식구들이 한방에 모여서 어른들은 각자의 형편대로 세배돈을 나누어주며 덕담을 쌓고, 정말로 걱정근심 없는 마음들이 된다. 동서들이 어머니께 선물도 드린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 장면은 가족애를 한껏 느낄 수 있어 더욱 고맙다.가족이라는 말은 평생을 불러도 넘치지 않을 단어다. 명절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데서 더 의미가 깊다 하겠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들이 있어 포근한 명절을 보낼 수 있지만, 몸은 지쳐간다. 그러나 귀성차량 행렬에 갇혀 5∼6시간을 차로 헤맨다 해도 그들의 대열에 한번쯤 끼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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