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군 오수면 방축리 420그나마 진료소마저 없애면 아픈 농촌노인 어디로 가나“안에 있는가?”하며 부르는 소리에 나가 보니 이웃에 사시는 당숙모님께서 들어오신다.어디 다녀오시냐고 묻자 감기가 걸리고, 다리가 아파서 주사 맞고 물리치료 좀 하려고 진료소에 갔더니 이번 주 내에 임실의료원 근무한다고 문이 잠겨 허탕만 치고 오는 길이라고 말하셨다.농어촌 복지사업으로 각 리 단위로 보건진료소 하나씩 세워 농어민들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가 싶더니 몇년전부터 구조조정이란 허울을 내세워 진료소를 없앤다 어쩐다 들 쑤셔 놓고 있다. 앞일이 망막해 군에다 청원서 올리고, 노인들만 사는 농촌지역에서 진료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구구하게 적어 올리고, 방송의 전파에 실려 보기도 해서 일단 보류됐는데, 이제는 진료소를 없애는 대신 각 진료소 소장들이 번갈아 가면서 한달에 일주일씩 의료원 근무를 하기로 해 지팡이에 의지하고 찾아갔다 번번히 허탕치고 오신다.미리서 말씀 드려도 건망증이 심한 할머니들이라 금방 잊어버린 탓이다.그동안 농촌의 바쁜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현장까지 찾아와 무료 건강검진으로 성인병 예방과 전염병 예방 등,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노심초사 애쓴 노력을 몸소 체험했기에 보건진료소장님께 전화를 드려 주민을 외면하는 행정이고, 농촌사람은 사람도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껄껄걸 웃으시며 진료소를 없애지 않고 대신 주민들이 불편해도 한달에 일주일씩 부족한 의료원의 인력을 진료소 소장들로 대처했으니 좀 더 두고보자고 한다. 지금 농촌에서는 교통비가 오르고 의료분업의 불편으로 또, 의료수가 오름으로 병원으로 다니던 분들이 보건진료소로 찾아가 주사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신다.더욱이 추운 겨울이 되자 방안에서 꼼짝도 않고 계신 할머니들을, 진료소 소장은 찾아다니기도 하고 전화로 진료소로 나오시라고 해서 늘 건강 체크하고, 보일러 뜨끈뜨끈하게 틀어놓고 물리치료 해주고 고구마며, 김치전을 부처 드리기도 하고, 점심도 챙겨 드리며 운동을 시킨다. 그리고 혈액순환 잘되게 목욕도 자주해야 한다고 자기 차에 태우고 목욕탕으로, 미장원으로 다니며 수고해 주고 몸져누우시면 하루 서너번씩 찾아가서 죽도 끓여 드리고 자식들한테 연락도 해주며 병간호를 지극히 해준다.장기 치료로 집에 계신분들은 2∼3일에 한번씩 찾아가 혈압도 재고, 상태도 확인하고, 약도 챙겨주며 다니기에 바빠서 항상 뛰어다닌다.어느 자식들이 이렇듯 살뜰히 보살펴 주겠느냐고 고마워하시는 할머니들, 객지에 있는 자녀들이 부모님 잘 돌봐주어 고맙다는 전화 한 통화, 편지나 카드 한 장으로 보람을 느껴 피로가 확 풀린다며, “저는 참 행복해요!” 하고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다 죽어도 언제 죽은지도 모를텐데 하루라도 안보이면 찾고, 챙겨주는 소장님이 있어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되겠다며 너털웃음 웃는 할머니, 왜 그런 말씀하시느냐고 손을 꼭 잡아주는 진료소장의 눈에 물기가 어린다.농어촌 복지사업 중 성공적이라 볼 수 있는 보건진료소, 오십이 넘은 나이임에도 막내격이 되어 젊은 사람으로 불리우는 나 역시 할머니들처럼 진료소 소장의 손길이 필요할 때도 머지 않았음을 느끼며, 보건진료소가 영구히 유지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정부에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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