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정말 오랜만이다. 무척 보고 싶었는데…. 너와 헤어진 지 어느 덧 20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난 네가 무척 부러웠단다. 그리고 많이 미워도 했었지. 모든 것이 옛 이야기고, 지금 학창시절 너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영숙아, 너 얼만큼 많이 변했는지 옛날 그대로 인지….그리운 나의 친구 영숙아, 내 이야기 조금 해줄까? 엄마의 중매로 아무 것도 모르고 신랑 얼굴 몇번 보고 부모님 시키는 데로 화성군의 한 조그마한 바닷가 호곡리라는 마을로 시집을 와서 농촌에서의 신혼 생활을 시작했어.신혼에 시부모 모시고 종갓집 맏며느리로써 어린 나이에 집안일 하며 흙을 일구며 아기 둘 낳고 지금의 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지금 난 나의 사랑하는 남편과 나의 일터인 축사에서 젖을 짜고 땀에 흠뻑 젖어 너른 서해 갯벌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석양을 쳐다보고 있다. 나의 일과는 항상 평생을 같이 할 나의 동반자요, 나의 큰 힘이 되는 남편과 새벽 5시에 시작이 된다. 우리 가족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젖소와 더불어 희망찬 아침을 맞이한다.젖소에게 쏟는 사랑과 정성 만큼 그들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고 넉넉함을 준다. 젖소는 우리의 또 하나의 가족이다. 매일 밥을 주고 병들지 않도록 살펴주고 씻겨준다.몇 달 전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구제역이라는 병으로 나와 나의 남편은 밤과 낮을 잊은 채 소독을 반복하여 결국 전염병이 우리의 축사에 침범하지 못하게 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생명을 건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눈물겨운 두 달이었지. 공기로 전염되는 강력한 구제역 바이러스. 한 번 감염되면 소를 땅에 파묻어 다른 소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전염병이지.동거동락한 나의 자식과 같은 젖소를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묻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다. 우리는 몇날 며칠 잠도 자지 않고 파김치가 되도록 우리의 어린 자식을 보살폈다. 결국 우리는 우리 생명의 젖줄인 건강한 젖소들을 지킬 수 있었다. 승리한 것이다.지금은 무척 행복하다. 나의 가족과 나의 재산을 나와 남편 힘으로 지킬 수 있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구제역을 이긴 후 난 나의 인생을 더욱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영숙아! 비록 내 손이 굳은 살로 배어 있지만 꼭 너에게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다. 이 손으로 너를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할게.영숙아! 안녕 잘 있어. 너의 행복한 얼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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