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의 대상은 농업일 것이며 농정을 주관하는 부서는 농림부이다. 그런데 농림부는 농업에 관한 일 뿐만 아니라 농민과 농촌에 관한 많은 일을 떠맡고 있다. 즉 농정의 대상이 농업, 농민, 농촌으로 확대되어 산업정책, 복지정책, 공간개발정책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그래야만 하는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농민이고 그들이 사는 곳이 농촌이므로 당연한 일일 것 같다. 대다수의 농민은 농지와 농장시설의 소유자이고 농장의 경영자이며 자기 농장의 노동자이다. 소유자, 경영자, 노동자가 뚜렷이 구분되는 다른 산업과 대조되는 특징이다. 농정이 그 대상을 농업에 한정하지 못하고 농민까지 파악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농민’과 ‘농업인’의 차이근래에 법과 행정에서 농민을 농업인이라는 용어로 대치하여 사용하고 있다. 농민이라는 다분히 신분적 냄새가 나며 사회정책적 대상인구처럼 느껴지는 용어를 버리고 근대적인 산업의 담당주체로서, 직업인으로서, 산업정책의 대상인구로 파악되는 농업인이라는 용어를 채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민이라는 말이 농업인 스스로에게도 저항감 없이 수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용어는 바뀌었지만 그 속성에 근본적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소농경영이 지배적인 경우에는 농업인의 경제적 지위가 약하며 농업정책만으로 농가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것은 탈농으로 인한 농업인구의 고령화이다. 대다수 고령농업인은 집안의 생업을 물려받은 분으로서 농업인 의식이 없다. 탈농은 농업으로부터의 이탈과 농촌으로부터의 이탈이 복합된 양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농촌은 심각한 인구과소화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촌이라는 공간은 농업에 매달려 있는 적은 인구가 사는 곳으로서 농업을 다루는 부처가 아니면 보살필 행정조직이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것인가? 농업과 농민과 농촌의 긴밀한 연계성은 정책의 연계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농림부가 담당할 몫과 다른 부처가 기능별로 담당해 주어야 할 몫을 엄밀하게 한계 짓기는 어렵다. 다만 과거 농림부의 농정 안에서 해결될 수 있었던 많은 일들이 자꾸 그 범위를 넘는 문제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동시에 각부처가 농업이 아닌 농민과 농촌문제까지도 무조건 농림부에 미루거나, 농림부가 챙기고 나오지 않는 한 관심이 없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도시교육부, 도시환경부, 도시건교부, 도시복지부, 도시국방부가 아닐진대 도시와 같은 비중으로 농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배려를 해야한다. 농촌회생, 범정부적 노력을적극적인 복합농정이 필요한 때이다. 현재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이런 방향으로 가려면 과거에 기본적으로 농업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대통령 직속으로 두었던 농어촌발전위원회을 새로운 시각에서 농촌위기에 대처하는 기구로 다시 운영하는 방안을 널리 토의해 보았으면 한다. 농업의 위기와 농촌의 위기는 상호의존적이면서도 독립적이다. 농업적 접근만으로 농업의 위기는 풀 수 없고, 농촌의 위기는 더욱 못 푼다.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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