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고속성장을 구가해온 상호금융이 위기적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상업금융기관이 외면한 농촌금융시장에서 고리대를 구축하고 농촌저축동원과 필요한 자금을 제때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상호금융의 기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금융자율화와 시장개방으로 인한 시장경쟁의 가속화, 외환위기 이후의 금융산업구조조정과 금융감독의 강화 등의 여건변화는 상호금융이 과거와 같은 쉬운 영업으로는 존립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상호금융의 경쟁상대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고리대와 같은 사금융이 아니라 대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은행들로 바뀌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주 경쟁상대이던 새마을금고는 700여개, 신협은 300여개 이상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조만간에 은행 중심의 제1금융권과 상호금융과 같은 저축기관 중심의 제2금융권의 구분은 없어지게 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은 저축자에게는 높은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금리경쟁력과 절대 안전하다는 신뢰성 확보에 달려 있다. 벌써부터 내년부터 실시예정인 부분예금보호제도의 영향으로 신뢰성 있는 금융기관으로의 자금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상태로는 상호금융이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해 과거의 성공신화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중한 부채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은 상호금융의 대출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예탁금은 쌓이는데 대출시장은 얼어붙어 상호금융의 예대비율은 61%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였다. 조합의 존립기반인 조합원은 계속 줄어들고 시장권은 조합권역에 묶여 있다. 금융감독의 강화로 부실조합은 이제 더 이상 그늘에 숨어있을 수 없게 되었다. 일부 조합의 도산으로 상호금융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면 이것은 급속도로 전파되어 농협 전체의 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상호금융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부실조합을 조기에 정리하여 신뢰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둘째, 고금리 수신 고금리 대출 영업전략을 바꾸어,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와 값싼 자금의 공급을 통해 다른 금융기관이 농업금융시장을 넘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선 협동조합은 과감한 광역합병과 인력전문화, 구조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위험관리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셋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터넷뱅킹 등 사이버금융 시대의 도래를 준비해야 한다. 사이버 뱅킹시대가 되면 점포 수보다는 금융기관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수백개의 협동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농협으로서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조합간 상호보증 시스템을 갖추어 절대로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금융이 더 커지고 강력해질 때 농업부문에 대한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농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업으로는 이미 한계에 이른 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