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에 미래는 있는가.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와 뉴라운드 협상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제 농업은 설 곳마저 잃어가고 있다. 제 땅 열심히 파먹는 흥부 농민은 어딘가 덜 떨어진 놈이고. 놀부 재벌은 무엇 때문인지 좋은 것만 골라먹다 목에 걸리면 공적자금만 적당히 지원 받으면 그만인 세상. 그런데도 그들은 “돈 벌고 고용 창출하고 국가경제 살찌게 한 것도 죄냐?”며 눈을 부릅뜬다. 하지만 농업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착한 흥부는 약삭빠르게 야반도주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요즘에는 그렇게 살아온 흥부를 지켜줄 제비와 박씨는 눈을 씻어도 찾아낼 수 없다. 3할 이상 농민들 부채더미서 신음그 동안 땀흘려 거둔 온갖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까짓 보조금 몇 푼 나눠먹었다고 도덕성까지 질책 받자 흥부들의 어깨는 철썩 내려앉았다. 사실 1998년도의 호당 농가소득만 보아도 전년보다 12.7%나 줄어 도농간 소득격차가 20%나 벌어지지 않았던가? 심지어 IMF이후 벌써 5.7%가 부도나고, 3할 이상의 농민은 도저히 부채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우리의 경제 구조는 재벌 중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칭 ‘왕자의 난’에서 보듯, 국민경제를 담보로 수많은 흥부들을 울려온 놀부들의 폭거는 정경 유착에 기반한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60년대이래 수출지향적 공업화를 추구해온 경제개발의 씨앗인 그들은 각종 특혜와 편법을 통해 무분별한 차입경영과 중복투자로 문어발식 확장만 거듭해 왔다. 아무리 부채가 많아도 이윤과 상관없이 은행 융자를 받을 수 있었던 그들은 마침내 IMF 위기를 앞당겨 한국경제를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이제 재벌개혁은 총수의 왕조적 전횡체제를 막는 데에만 멈춰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저곡가·저임금으로 흥부 등쳐먹는 그들의 천민주의적 자본축적 행태를 차단하지 않는다면 개혁의 실효는 거두기 어렵다. 애초 놀부들은 UR을 앞세워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로 흥부들을 도시로 내몰았다. 산업화 기치 속 강요된 농민희생심지어 공장지을 땅이 없다며 농지훼손을 공공연히 부추기고, 명색이 30대 재벌인 놀부들은 양돈업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직접지불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러한 농업보호 비용 지출에 그들은 소극적이다. 저자세로 일관한 ‘한중 마늘협상’이 실리와 명분을 모두 놓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들 탓이다. 그 이면에 흥부의 눈물은 무시한 채 폴리에틸렌과 휴대전화를 팔려는 쪽으로만 여론을 몰고간 놀부 심보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잘 ‘내 돈 갖고 내가 쓰는데, 웬 말이 그렇게 많으냐’면서 경제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색깔론까지 내세워 자기 변호에 열심인 이 땅의 놀부들이 진정 자신의 피땀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태풍 피해에 맞선 흥부들의 비지땀을 짓밟고 수입 오렌지로 횡재한 놀부의 너털웃음은 결코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전농, 한농연과 함께 경북농협지역본부가 함께 오렌지 등 외국농산물을 대량 수입한 LG, 해태 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하나로마트로 발주될 추석선물세트까지 중단시켰을까? 억눌린 흥부들의 비지땀을 닦을 때지금 우리 농업은 망하느냐 흥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고령화된 농민들이 자급자족적 농업을 겨우 꾸려가는 한편에서는,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농업을 새롭게 경영하려는 젊은 농민들이 힘을 합쳐 품질과 가격을 차별화 하려는 몸부림이 실로 눈물겹다. 이제라도 지난 오랜 세월 동안 흥부의 희생 위에 세워진 놀부 공화국부터 개혁하지 않는다면 우리 농업의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도시는 타락하고 재벌은 비대해져, 허풍 속에 해마다 벌어지는 농촌과 도시의 격차는 마침내 우리 사회와 경제를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기형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논리만으로 농업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프랑스적 가치는 남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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