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충청도, 전라도, 경기도 등지의 농가로부터 근심 어린 전화를 여러통 받았다. 평소 질병발생 정보교환 관계가 설정되어 있던 임상수의사들과 방역당국 간부로부터도 유사한 내용의 장시간 통화가 이어졌다. 한결같이 최근 전국적 양상을 띠며 확산일로에 있는 소의 후구마비성 기립불능증에 관한 것이다. 국가원수로부터 일반시민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적 에너지를 결집시켜 ‘구제역’이라는 누란의 위기를 극복해냈던 것이 언제였던가? 구제역 파동에서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신속하게 진단하여 기민한 초기대응으로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번의 사태는 현재까지 발병원인도, 역학적 특성규명도, 대책방안 수립도 묘연한 실정이다.현재까지 모아지고 있는 이 증상의 특징은, 후기육성단계 또는 저산차의 왕성한 활동을 하던 젊은 소들이 갑자기 뒷다리에 맥이 풀리는 것처럼 비실거리다 기립불능 상태에 빠진다는 점이다. 또한 각종 검사결과 기존에 잘 알려진 전염성질병은 아닌것 같으며 병리조직학적 소견으로는 뇌에 비화농성 염증소견을 발견할 수 있다. 학계나 방역당국에서는 잠정적으로 주혈흡충성 매개체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또는 원충성 전염병이거나, 금년도 기후특성에 의한(고온다습 등) 환경성요인 또는 사양관리에 기인된 특이증상등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거론하기조차 싫은 유럽형질병일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기도 한다.현 단계에서 무엇보다도 걱정스런 것은 이 질병의 모호성 때문에 실제 상황보다 부풀려져 소문이 확산되고 있으며 축산농가의 우려는 근심차원을 넘어 공포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도대체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무엇보다 수의학 교육의 시대조류에 따른 편향과 세속적 추구에 의한 반쪽 교육을 반성해야겠다. 불과 30년동안 말에서 소로 학문 중심이 변천되어 왔으며 현재는 애완동물 일색이다. 소나 돼지, 닭 같은 산업동물 수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도는 찾아보기 어렵고, 교수도 학생도 온통 편안하고 수입이 넉넉한 애완동물 수의학에 몰두하고 있다. 과연 산업동물을 소홀히 하는 수의학이라면 국가 사회적으로 존립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둘째로는 방역당국의 균형감각이다. 수의과학 연구 기능과 검역업무를 통합시키며 상호 보완적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기초 연구의 경시와 검역행정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을 걱정하는 또다른 예측도 있었다. 현재의 우리 수의과학검역원 운영을 보면 이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 했었노라고 단언할 수 있는이, 그 누가 있으랴.가축 방역을 제2의 국방이라 명명했다면 거기에 걸맞는 조직과 체계를 세워야 한다. 두세가지 주요 질병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될 때 우리는 과연 대처수단이 있는가. 이 문제는 농림부 장관이, 아니 정권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해결해야 될 현안 중의 현안이다.축산농가도 이제 방역과 소독이 몸에 배고 생활화된 축산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나’의 나태와 자만은 ‘우리’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 축산은 그냥 할 수 있는 ‘대충산업’이 아니라 ‘과학영농’의 마음가짐과 ‘공존의식’을 필수품으로 하는 21세기 산업이기 때문이다.학계, 정부, 산업계, 농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 이번 사태가 ‘몸살’이 아닌 일시적 ‘미열’로 끝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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