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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식물공장으로 미래를 연다고?
농정은 철학이 중요하고, 산업적 관점에서 농업만이 아니라 그 주체인 농민을 보아야 성공할 수 있다. 첨단 미래산업이니, 저탄소 녹색성장이니 하는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도 농민이 없는 농업, 기업이 농업노동자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공장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요즘 차세대 농업혁명이라며 뜨고 있는 식물공장 얘기다.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인공조명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개념이다. 이는 1957년 새싹채소 생산을 위해 덴마크에서 시작한 이래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일본의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식물공장이 마치 식량안보의 유력 수단이자 녹색성장 시대 총아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도심 속에 녹색공간을 조성하고 농업교육과 관광산업으로 활용하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식물공장은 식량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식량문제의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의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보면 세계 식량의 양은 지금 인구의 2배인 120억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는데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 명이 만성적 영양실조에 놓여 있다. 식량이 남아도는데도 세계의 절반이 굶주려야 하는 비정한 현실의 주범은 바로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경제체제다. 돈이 있는 자는 먹을 것을 얻고 없는 자는 굶주린다. 곡물과 종자, 유통은 다국적기업들이 지배한다. 

자본에 의한 독점이 식량문제의 근본원인이라고 할 때 기업이 선호하는 식물공장을 정부가 지원하는 일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식물공장은 집중화, 표준화, 전문화가 조건이고, 기업이 이것을 맡게 되면 농민이 아니라 자본과 농업노동자가 필요하다. 도시에 식물공장을 짓는 대신 기업의 요구대로 농촌의 규제를 풀어 농지를 파헤치고 공장과 아파트를 만드는 방식이 식량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농산물의 가격으로만 표시할 수 없는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 농촌의 가치는 사장된다. 

식물공장은 수익성도 없다. 식물공장의 건설비는 비닐하우스의 17배이다. 일본의 경우 식물공장 생산물의 원가가 2배 높다. 전기에 의존하는 재배환경에서 전기료가 올라갈 때 과연 기업들이 싼값에 물량을 공급할까? 갑자기 문을 닫거나 돈을 주어도 사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지 식량안보가 아니다. 미국은 60~70년대 기업을 중심으로 식물공장을 연구했으나 경제성을 이유로 중도 포기한 일도 있다.

우리가 말하는 본래의 도시농업은 시민들이 상업성을 배제하고 자급하는 수준이지, 공장을 지어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농업의 원칙은 자원의 순환이다. 흙이 필요 없는 식물공장은 도시농업이 아니라 그냥 공장이다.  

식량위기의 원인은 식량을 자기 나라에서 자급하지 않아 무역에 의존하고, 그 무역을 자본이 독점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식량위기를 식물공장으로 극복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산업으로서 농업만 보고, 농민은 보지 않으려는 농정의 철학이 이런 해프닝을 낳는다.

정부가 식량안보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식량안보를 위해 농지를 지키고, 민족의 생명인 쌀과 밀을 살려야 한다. 국민들이 이 땅에서 나는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제 때에 먹을 수 있도록 로컬푸드와 친환경농업을 지원해야 한다. 

/편집부 부국장.
이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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