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청년 저스틴의 추천 작물

얼마 전에 소포를 받았다. 지난해 이맘때 우리 농원을 다녀간 싱가포르 우퍼, 데니스가 보낸 거였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포장을 여니 관절염에 좋다는 약과 카레 몇 봉지와 함께 과자 한 상자가 나왔다. 카드에는 약을 꼭 챙겨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 퀴노아 씨앗을 구하지 못해 대신 과자를 보낸다는 설명이 있었다.

퀴노아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2년 전 이른 봄이었다. 산골에서 처음 맞는 봄, 논 만들고 콩이며 수수 모종 내느라 정신 없던 때였는데 마침 하와이 청년 저스틴과 이스라엘 젊은이 아미가 산골에 내려왔다. 논에서 종일 돌을 골랐던 날, 저녁밥을 먹으면서 저스틴이 좋은 생각이 있다며 우리에게 추천한 작물이 바로 퀴노아였다. 아미도 손뼉을 쳤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퀴노아가 무엇인지 묻는 우리에게 두 친구는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퀴노아(quinoa)는 페루와 볼리비아 등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수천 년 동안 재배된 작물로 잉카에서는 “곡물의 어머니”로 신성하게 여겼다 한다.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여 영양 면에서 우유에 버금간다는 퀴노아는 특히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데다 필수아미노산이 이상적으로 배합되어 있단다. 게다가 부드러운 맛에 너트 같이 사각거리는 식감도 있으니 고소득 작물이 될 거라며 저스틴은 열을 올렸다. 아미 또한 퀴노아는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꿈의 작물”로 일컬어진다며 퀴노아 재배를 적극 권했다.

그렇게 알게 된 퀴노아가 우리는 몹시 궁금했다. 알고 보니 퀴노아는 곡식이 아니라 명아주과의 식물이었다. 고지대이겠다, 명아주라면 내 키만큼 큰 것들이 사방에 수두룩하겠다, 우리는 퀴노아로 곧 부자가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퀴노아가 함유된 수입품 아기 이유식을 겨우 발견했을 뿐, 퀴노아를 구할 수 없었다.

그 후 우퍼들이 올 때마다 나는 퀴노아에 대해 질문했다. 서양 친구들은 대개 알고 있었지만 동양 친구들은 고개를 저었다. 재배가 가능하다면 퀴노아는 훌륭한 작물이 될 것 같다. 밥은 물론 시리얼, 파스타에다 샐러드로 간편하게 먹을 수도 있단다. 대체 작물이 아쉬운 때 당국에서도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데니스가 보내준 퀴노아 과자는 첨가된 향이 강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산골에서 우리 손으로 기른 퀴노아로 지은 밥을 먹는 날을 기대해 본다.

 

>>앙성댁 강분석(52)씨는 1997년 봄 서울에서 충북 충주시 앙성면으로 귀농, 지금은 경북 봉화로 이사해 귀농 13년차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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