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함께한 암탉의 선물

13년 전 시골에 내려와서 남편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진돗개 강아지 한 마리를 구해온 거였다. 이듬해 봄에는 이웃 마을에서 토종닭 세 마리를 들여왔다. 그렇게 인연이 된 동물 식구들이 지금은 멍멍이 다섯에 꼬꼬 일곱이다. 이 녀석들이 우리의 일상에 많은 위로를 준다. 길게는 13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사노라니 사연도 많다.

지난 늦은 봄의 어느 날이었다. 닭이 알을 낳았다. 너무나 신기하고 고마워서 앙증맞게 작은 계란 한 알을 돌 위에 얹어 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혼자서 크게 웃었다. 닭이 달걀을 낳는다는 당연한 사실이 우리집에서는 뉴스가 되니 말이다.

뉴스의 진상은 이러했다. 적게는 7년, 많게는 10년 된 암탉들이 언젠가부터 알을 드문드문 낳기 시작하더니 지난 겨울에는 아예 한 알도 낳지 않았다. 녀석들이 생산을 중지하니 몹시 아쉬웠다. 밥 지을 때마다 달걀이 생각났다. 긴 겨울 지나고 봄이 왔건만 녀석들은 여전히 알을 낳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늦은 봄날, 닭장에서 작은 알 하나를 발견했던 것이다. 어떤 녀석이 낳았는지, 너무나 기특해서 머리라도 쓸어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서 닭 이야기를 들었다. 암탉이 일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알의 수가 대략 250개로 정해져 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는 닭이 한정 없이 알을 낳는 줄 알았다. 닭을 생명체가 아니라 알 낳는 기계로 생각했던 것이다. 식구로 여긴다 했지만 생각해 보니 닭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3년 전의 어느 날을 떠올리니 부끄럽고 미안했다.

앙성에서 맞은 마지막 시아버님 제삿날이었다. 아침 일찍이 전을 부치려고 준비하는데 계란이 없었다. 전날, 제사를 깜빡 잊고는 시골에 오신 큰언니께 달걀을 전부 싸드렸던 것이다. 장도 벌써 다 봐왔는데, 낭패였다. 모이도 줄 겸 혹시나 하고 닭장에 들어가 보니, 세상에나! 알이 아홉 개나 있었다. 한 마리만 빼놓고 모두 낳은 거였다. 당시 녀석들 평균 생산량이 서너 개였는데, 1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더니만 주인 사정을 봐준 것 같았다. 얼마나 기특하고 예쁘던지. 재미있는 일은 다음날도 이어졌다. 그날, 녀석들은 꼭 한 알을 낳았다.

반가운 친구가 왔던 그제, 올 들어 처음으로 콩국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러 날에 걸쳐 모은 달걀 두 알을 삶았다. 고명으로 얹은 달걀 반쪽에 얽힌 사연에 친구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앙성댁 강분석(52)씨는  1997년 봄 서울에서 충북 충주시 앙성면으로 귀농, 지금은 경북 봉화로 이사해  귀농 13년차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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