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정국은 혼란스럽기만하다. 차분하게 비교평가할 선거공약은 온데 간데 없고, 매스컴은 천안함 사건 진실공방과 남북간의 극한 대립으로 도배질되고 있다. 매카시즘을 닮은 이념 갈등과 지역 편 가르기의 망령이 사회를 휩쓸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 3500만명이 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시·도의원, 시·군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등 비례대표를 포함해 각자 8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선거다. 그만큼 중요한선거다.

지방자치란 지역의 주민이 그 지역의 공공사무를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제도이다. 지방자치는 권력의 중앙 집중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시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 참여하고, 지역의 특수한 사정을 살리면서 주민 합의를 끌어내며, 자신들의 판단과 책임으로 지역의 공공적 문제를 해결·처리하는 제도이다.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지방자치는 지역이고 현장이다. 현장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농업·농촌·농민은 지방자치의 주요 분야이고, 그래서 각 도에는 농정국이, 시군에는 농정과가 있다. 도지사나 시장군수가 제대로 농정을 펴야만 지역농업과 농민의 발전이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주목하고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6.2 지방선거는 농민들의 요구를 제기하고 실현할 좋은 기회다. 중앙 정치세력들이  전국적으로 농민들의 비중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괄시하는 세상이 됐지만, 지방선거의 현장은 그렇지 않다. 농촌지역이 많은 지방자치 선거 현장에서는 농민들이 아직도 지역구의 큰 손이고 당락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도지사 후보든, 시장군수 후보든, 도의원이나 군의원 할 것 없이 지방선거철이 되자 농민들을 하늘처럼 떠 받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농민 유권자들은 이번 기회에 오로지 농민 입장에서, 농민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농민들이 요구한 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는 후보를 뽑아야한다. 식량자급, 쌀값 안정, 농가부채 해결, 농가소득 보장, 직불제 확대, 농업인력 육성, 농업재해 해결, 친환경 무상급식 등 농민들이 판단할 만한 공약사항이 많다. 농민유권자들은 지역의 후보들이 과연 농민들의 요구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앞으로도 농민들의 요구를 시책으로 반영할 것인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동안 진실로 농민의 소리를 대변해온 정치세력인지, 농민들을 위해 실현가능한 공약을 내놓고 실천해 놨는지, 반농민적인 공약과 정책을 펴왔는지 꼼꼼히 따져 농민의 이익을 대변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 공약과 정책은 묻지도 않고, 어떤 지역에서는 무슨 당, 어떤 지역에서는 무슨 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시켜주는 식의 지역주의에 휘돌려선 안된다. 농업·농촌의 환경이 이렇게 피폐해진 데는 농민 유권자들이 그동안 지역주의에 매몰된 투표로 엉뚱한 인물을 뽑아 줬다는 점에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그동안 얼마나 반농민적인 인물들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선거에서 이익을 얻어왔는가. 

지방선거에서는 지역개발 공약도 좋지만, 그보다는 농민을 중심으로 놓고 농업을 아끼며, 지역의 농촌사회를 소중하게 보는 인물을 뽑는 게 더 중요하다. 농민이면서도 농민의 입장을 돌아보지않고, 반 농민적 정당, 반 농민적 인물, 반 농촌적 인물을 선택한다면 앞으로의 고난도 농민이 감수해야 한다.

농민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전국사회부장.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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