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나”

법정 스님의 입적을 계기로 오랜시간 동안 책장에 소유하고 있던 ‘무소유’를 다시 읽어보았다. 40여년 전에 쓴 글임에도 현실에 와 닿는 글귀가 많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는 1976년 초판이 나온 뒤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 받는 스테디셀러다.

이 책은 150페이지 남짓한 작은 책이다. 하지만 아주 무겁고 느리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속셈으로 따져보니 글로 쓴 것은 얼추 40여년이 가까워졌고, 책으로 만들어진 시기만 따져 봐도 35세, 한창 나이가 된 책이다. 이 책이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독자들의 애호를 받은 까닭을 알 것 같았다. 글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 무엇보다 ‘무소유’라는 말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도 당신 자신이 무섭게 성찰하며 살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뭘까? 모든 사람들이 더 갖고자, 잘 살고자, 여유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라고 한다.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있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물건이 아닌 바에야 내 것이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가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 버린 것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있을 뿐이다.’ 그러니 더 많이 갖고자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님의 말씀처럼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이니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려고 노력하고, 구시화문(口是禍門) 침묵하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당당하고 참된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하지만, 스님이 입적하신 후 무소유를 소유하기 위해 경매 등, 많은 이들이 경쟁을 하고 있어 무소유의 참의미가 무의미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스님의 글귀가 있어 전해 본다.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정해걸 한나라당(경북 군위·의성·청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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