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박사의 동의보감

정상적인 대변의 양상은 일주일에 3번 이상은 변을 보고, 대변의 굵기가 적당하고 부드러우면서, 10분 안에는 일처리가 끝나고, 그리고 변을 다보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변비 환자 90%가 여성
불규칙한 식사 
굶기와 폭식의 반복
스트레스도 문제


어떤 사람은 하루만 못 봐도 아랫배가 답답하고 불쾌한가하면, 어떤 사람은 3일이 되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통상적으로 배변 횟수가 일주일에 두 번 이하이면 변비라고 할 수 있다. 또 대변이 너무 굵거나 딱딱하게 굳어서 통증과 상처를 일으키거나, 매일 변을 보기는 하지만 대변의 양이 너무 적고, 아직 남아있는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이 있는 것도 변비라고 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 볼 때 변비는 몸의 문제보다는 생활의 문제로 생겨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임상에서 변비 환자를 보다보면 90% 이상이 젊은 여성이다. 이들에게 대장암 같은 특별한 기질적인 질병이 있어서 변비가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도대체 여성들에게 변비가 잘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여성들이 다이어트 하느라고 음식을 적게 먹기 때문이다. 입으로 들어오는 원료 자체가 부족한데 어찌 그 찌꺼기인들 많이 생길 수 있겠는가.

또한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를 하면  변비 걸리기 십상이다. 육식과 분식이 대표적이다. 요즘 시판되는 밀가루는 속껍질을 싹 제거하는 바람에 섬유질은 다 사라지고 알맹이 당분만 남게 되었다. 또 빵이나 면으로 식사를 때울 때는 반찬거리도 별로 필요 없게 되므로 섬유질 섭취가 더욱 부족해진다. 아침은 빵으로, 점심은 칼국수로, 저녁은 스테이크로. 이런 식으로 먹고 살면 배에 가스가 차기 쉽고, 피부는 까칠해지고, 변비 때문에 늘 찝찝한 삶을 살게 된다.

별로 씹지 않고 넘겨도 되는 음식을 자주 먹는 것도 변비의 원인이 된다. 입으로 꼭꼭 씹으면 위장도 따라서 잘 움직인다. 위장이 잘 움직이면 대장도 잘 움직이는 법이다. 그런데 빵이나 면을 먹으면서 대충 삼켜버리면 이러한 반사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변비가 생기기 쉽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지 않고 늘 불규칙하게 되는대로 식사를 하거나, 굶기와 폭식을 번갈아 하는 사람의 위장과 대장은 정상적인 리듬 감각을 잃기 쉽다. 규칙적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장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스트레스 때문에 변비가 생기는 사람도 많다. 한의학에서는 변비의 유형을 여러 가지로 나누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바로 기체형(氣滯型) 변비이다. 기체란 기가 잘 통하지 않고 막히고 정체된다는 뜻인데, 대개 신경질과 짜증을 잘 내는 사람, 예민한 사람, 소심한 사람,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기체형 변비의 특징적인 증상은 아랫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배가 벙벙해지고, 심하면 배가 아파진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찾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올 생각을 안 한다. 나와도 그냥 손가락 만한 거 하나 나온다. 그래서 남은 것마저 빼내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에 간다.

그러나 대변이 마려운 것과 배가 아픈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이런 경우는 아직 대변이 항문 가까이로 가지 않은 상황에서 대장의 기운이 막혀서 아랫배 부위가 아픈 경우다. 그러니 열심히 힘을 줘도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변비는 성격을 느긋하게 갖는 것과 스트레스를 잘 풀면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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