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예 강원 인제군 정동예

“얼마 줄 거야·”

손바닥으로 내 등판을 탁 치며 하는 남편의 말에 겨울바람처럼 웃음이 부서진다. 내 등에는 언제인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커다란 사마귀가 하나 있었다. 세도 안내면서 한자리 차지하고 자신의 땅 인양 영역을 넓히며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거울에 보이는 얼굴도 큰 신경을 안 쓰는데 애써 보이지도 않는 등의 사마귀를 신경 쓸 내가 아니었다.

그런데 남편은 몹시 거슬리는지 모양이었다. 병원에 가자고 몇 차례 말을 건네었다. 그럴 때 마다 시큰둥한 날 보고는 포기하였나 싶었다.

얼마 전, 누군가가 나 들으라고 ‘머리카락으로 사마귀를 감아 놓으면 자연스레 떨어진다’는 말을 했다. 나는 이 말을 남편 앞에 슬쩍 흘렸다. 그랬더니 남편은 당장에 내 머리카락으로 사마귀를 감아놓았다. 그러기를 수차례. 드디어 사마귀가 1mm도 안 남았다고 남편은 아주 흥분해 했다. 그리고 이제 너무 작아 머리카락이 감아지지 않으니 수술을 하자 나를 설득했다. 마지못해 그러자고 동의했지만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많이 아플 것을 대비해 작은 아들이 내 두 손을 붙잡았다. 주사가 무서워 병원 가는 것도 무서워하는 내가 집에서 대 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소독약 ,밴드, 지혈제, 항생제까지 준비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수술은 세계 최초로 단 1초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세도 안내고 내 등에 살고 있었던 사마귀를 강제로 퇴출시키니 몸무게가 줄었을 것 같다. 나는 남편 덕에 매끈한 등을 가지게 되었다.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을 한없이 만끽한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움뿐이다.
소금꽃 이야기

정동예
 강원 인제군 (여성농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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