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박사의 동의보감

“머리를 숙이면 눈알이 쏟아질 것 같고, 코가 답답해서 휴지를 옆에 끼고 살아요.”

이는 축농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축농증은 비염과 함께 대표적인 코 질환 중 하나로서, 사시사철 떨어지지도 않고 사람을 괴롭히니, 축농증을 앓는 사람들은 이런 원수가 따로 없다고들 한다.

축농증은 고름이 쌓여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름이 코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광대뼈 속에 있는 상악동이라 불리는 부비동 안에 쌓인다. 부비동은 코와 코 주위의 뼈 속의 빈 공간으로, 호로병처럼 생겨 입구는 좁고 안의 공간은 넓다.

고름 못 빠져나가고 차곡차곡
두통에 현기증, 피로감 쉽게 느껴
오래된 기친·기관지염 원인 되기도
코감기 잘 걸리는 사람에 흔해


원래 점액은 코 쪽으로 분비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비염을 오래 앓게 되면 점액이 부비동으로 번지면서 고름으로 변한다. 문제는 이 고름이 잘 빠져 나가면 되는데, 비염 때문에 코가 부어서 막히다보니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부비동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 붙이기를 축농증이라 한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부비동염이라고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맑은 콧물이 나오는 반면 축농증은 고름같이 누런 콧물이 나온다. 이 코고름이 코에서 흘러 목으로 넘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음음”, “킁킁” 소리를 내기도 하고, 속이 메슥거리거나 밥맛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코고름 때문에 특유의 악취가 나기도 한다. 축농증이 심하면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머리가 무거우며, 현기증이 인다. 또 부비동 안에 쌓여 있는 고름이 부패하여 발생하는 독소 때문에 쉬 피로해질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머리를 숙이면 눈알이 쏟아질 것 같고, 코가 무겁게 느껴져서 자연히 머리를 쳐들게 되므로 공부하는데 무척 방해가 된다. 코가 답답해서 휴지를 책상 옆에 두고 연신 코를 풀고 후비다보니 볼펜 잡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고, 한 시간 공부해도 될 분량을 코에다 신경 쓰느라 두 세 시간 걸려서 하게 되니 성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지며 두통까지 유발된다. 그 뿐인가. 기분이 우울해지고, 화를 잘 내게 된다.

또 축농증은 기침, 기관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비동 안에 고여있는 고름은 코막힘이 개선되면 코를 통해 흘러나오거나 목을 통해 위장으로 내려간다. 이런 경우는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

문제는 잠자리에 누웠을 때다. 누우면 위치관계상 코고름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목 쪽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때 기관지로 넘어가게 되면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키고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축농증 환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누런 가래를 뱉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코고름이 목뒤로 넘어가서 생긴 코가래이다.

기침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기침약을 꽤 오래 먹었는데도 기침이 낫지를 않는다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축농증 환자들이 많다. 코가 뒤로 넘어가서 생기는 기침인 것을, 기침 멎게 하는 약을 아무리 써봐야 낫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이럴 때 기침약을 쓸 것이 아니라 코를 고치는 약을 써야 한다.

비염, 축농증이 잘 생기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설탕, 과당이 많이 들어간 단 음식과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과자, 사탕, 빵, 음료수,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초콜렛, 튀김, 라면, 짜장면, 탕수육, 피자, 후라이드 치킨 등의 음식을 최선을 다해서 피하고, 집안에서 설탕통을 치워버리면 코가 깨끗해질 것이다.

또 축농증은 비염이나 코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므로 감기와 비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평소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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