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땅값 죄다 올라 정부 보상비로는 대토 불가능”

‘강이 울고 있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의 탄식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란 이름의 느닷없는 삽질과 덤프트럭 소음에 놀라 소스라치고 있다. 뿐이랴. 강의 품에서 태어나 자라고 강변에서 농사를 지으며 대대로 살아온 농민들이 턱없는 보상만으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다. 4대강 주변에선 강도 울고 사람도 운다.

남의 일이 아니다. 하천부지 내 농경지만 아니라 하천에서 파낸 준설토를 멀쩡한 옥답에 쏟아 붓는 ‘농경지리모델링’까지 진행되면 농업생산이 얼마나 줄어들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식량자급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이 나라가 계속 농지를 없애도 국민들은 괜찮을까? 4대강 사업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는 물론 특히 농업분야의 경우 영농보상에서부터 농업생산 감소까지 피해규모를 처음부터 다시 산정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농업피해를 현장에서 점검하고,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무엇이 해결돼야 하는지 진단한다.



작물별 실제소득기준 아닌
통계청 연평균 수입으로 보상
화훼·버섯농가 등 피해 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약 22조원의 예산을 들여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과 섬진강 본류 및 주요 지류 국가하천에 대한 정비사업이 추진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21일 부여지역을 시작으로 경작지에 대한 영농손실 및 지장물 이설에 대한 보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상문제는 물론 줄어드는 농지에 따른 식량안보 위협 등 농업피해가 심각한 만큼 이 사업의 타당성을 확실히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쥐꼬리 보상에 쫓겨나는 농민들=잘 모르는 사람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이면서 많은 보상금이 풀리고 있고, 농민들은 나름대로 보상금을 통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농지를 수용당한 농민들의 형편은 참담하다.

4대강 사업에 편입된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 가운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점용허가를 받은 경작자는 정부로부터 2년간의 영농손실보상금과 지장물보상금을 받지만, 이 때 받는 금액으로는 땅투기로 이미 값이 올라버린 인근의 다른 땅을 구입해서 농사를 짓는 게 막막하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또한 영농손실 보상의 경우 농민들이 실제 재배하는 작물의 소득을 기준으로 보상해야 하지만, 통계청의 연평균 수입으로 보상하다 보니 도시근교의 시설재배농가와 화훼농가, 버섯농가 등은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실제 소득을 인정할 수 있도록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지만, 현재 농업 여건상 농민들이 제출할 수 있는 증빙서류가 제대로 있을 리 없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유사도매시장 출하, 국세청 신고자료, 중소규모 청과물가게 납품실적, 지역농협 출하실적 등은 해당 농산물이 출하자 소유인지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는다해서 소득증빙자료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나마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농민들의 경우 비닐하우스 같은 지장물 보상만 가능하고, 영농손실보상은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삶의 터전에서 맨몸으로 떠나야만 한다.

이런 농민들의 절규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종전부터 국유지인 하천구역 안에서 점용허가를  받거나 무허가로 농경을 해왔으므로 사유지인 농지가 사라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사업이 ‘법대로’만을 앞세우며 농민들을 농사포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 편입 농경지
‘여의도 13배’ 규모 달해
식량 대란마저 우려

▲줄어드는 농지, 식량안보 위협=최근 현장에서는 당초 정부 발표보다 농지 등 농업생산기반 파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과연 어느 규모인지 파악할 만한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국토해양부 등에 전국의 4대강 정비사업에 편입되는 하천부지, 농지리모델링사업 부지 면적 등의 현황자료를 요구했으나 계획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에서 산정한 전체 사업구간 경작지 총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이르는 1억5686만㎡로 전국 농경지 총면적의 0.89% 정도라며 최종 보상 편입면적은 실시설계와 기본조사가 완료돼야 확정된다는 태도다.

지역별 사례를 보면 경남 양산시의 경우 관내 농경지의 9.2%에 달하는 농지가 4대강 정비사업에 편입됐고 이 가운데 하천부지는 48.7%여서 나머지는 일반농지나 임야가 추가로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나중 사업 대상지가 모두 드러나면 추가적인 농지 축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감에서 “농경지 축소가 직접적인 영향이라면 4대강 사업의 하나인 보 건설 및 저수지 둑높임으로 인한 간접피해 역시 무시할 수 없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예상되는 농업 피해에 대해 조사와 연구 등을 실시하지 않은 채 국토부 소관이라는 이유로 농식품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강에서 퍼낸 준설토를 농지에 부어 농지를 하천보다 높여준다는 ‘농경지 리모델링’사업도 멀쩡한 농지를 파헤친다는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농어촌공사는 각 지사별로 사업설명회를 벌이고 농민들로부터 동의서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내년 2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1년말에 완공될 예정이며, 농경지 리모델링에 따른 2년치 영농손실과 비닐하우스 등 지장물건은 보상해준다는 내용이다.

강기갑 의원에 따르면 4대강 관련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은 총 139개소, 9234ha, 성토량은 2만9091만㎡로 우리나라 농지면적의 0.5%에 해당한다. 강기갑 의원은 “수질개선이 필요한 강에서 퍼낸 준설토를 농경지에 쏟아 붓는 것은 문제이고, 농어촌공사가 보상을 많이 해 줄 것처럼 선전하니까 침수지역도 아닌 옥토까지 대상지로 바라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한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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