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박사의 동의보감

다래끼가 생기는 가장 흔한 이유는 손으로 눈을 자주 비비기 때문이다. 포도상구균이라는 균이 눈꺼풀 가장 자리에 있는 피지샘과 땀샘에 염증을 유발하여 생긴다. 과거에는 다래끼 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 때만큼 흔치 않은 것은, 사람들의 위생관념이 철저해지고, 환경도 비교적 쾌적해졌다는 증거이다.

눈 자주 비비면 염증 유발
피로할 때도 생기기 쉬워
자주 생기면 당뇨병 의심
곪기 전 경혈점 피 빼면 가라앉아


그런데 문제는 비비지도 않고 깨끗하게 생활하는데도 다래끼가 잘 생기는 경우이다. 이는 다래끼의 원인이 단순히 외부에서 들어오는 균뿐만 아니라 몸 속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다래끼의 내재적인 원인을 비위에 쌓여 있는 습기(濕氣)와 열기(熱氣)라고 설명한다. 평소 비위의 기능이 약하거나, 또는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 과음을 많이 하면 비위에 습기와 열기가 쌓여 눈꺼풀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또 과로하거나 수면부족으로 늘 피곤함을 느낄 때도 생길 가능성이 높다. 몸이 피로하다는 것은 우리 몸의 정기(正氣)가 약해져 있다는 뜻으로, 외부의 나쁜 기운이 침범해도 저항하는 힘이 떨어진다. 그래서 저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다래끼가 잘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눈을 자주 비비기 때문에 더욱 다래끼가 생길 우려가 높다.

아이가 눈을 자꾸 비빈다면 왜 비비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눈이 잘 안보이거나, 알레르기 때문에 눈이 가려워서 비비는 것일 수도 있다. 이때는 다래끼만 고칠 것이 아니라 눈을 비비는 원인부터 잡아야 한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다래끼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다 자란 성인이 눈 다래끼가 자주 생긴다면 혹시 당뇨병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이렇듯 다래끼는 몸 안에 어떤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단순히 다래끼만 고치는데서 멈출 게 아니라 몸의 문제를 찾아서 원인치료를 해야 한다.

겉다래끼는 처음에 눈꺼풀 가장자리가 간질간질하다가 점점 통증이 온다. 그 후 그 부위가 빨개지면서 부풀어 오르고, 만지면 아프다. 또 눈을 뜨고 감기도 영 불편해진다. 여기서 시간이 지나면 빨갛던 것이 노랗게 곪고, 그러다가 진물이 터지면서 낫게 된다. 이 과정은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린다.

다래끼는 초기에 진압을 잘 하면 고름이 생기기 전에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물론 한약을 써서 치료해야 하는 것이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경혈점 몇 곳을 바늘로 따서 피를 빼면 된다. 엄지손가락에 있는 소상(少商)이라는 경혈점과 엄지발가락에 은백(隱白)이라는 경혈점을 깨끗한 바늘로 살짝 따서 피를 내주면 염증이 진행되지 않고 사그러든다. 또 코끝이나 귀 꼭대기 끝을 가볍게 피를 내줘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염증이 진행돼서 고름이 잡히고 있을 때는 빨리 고름을 빼줘야 한다. 동의보감에 보면 다래끼가 났을 때 눈썹을 뽑으면 낫는다고 써 있는데, 아무 때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눈썹을 뽑으면 좋아지는 때는 고름이 잡히고 있을 때이다. 고름이 잡힌 부위의 속눈썹을 뽑아주면 고름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길이 열려 다래끼가 얼른 마무리될 수 있다. 눈썹이 자라는 털구멍은 바로 피지가 분비되는 피지샘인데, 눈썹을 뽑는 방법은 이곳에 염증이 생겼을 때나 통하는 방법이다.

고름이 잡혔을 때 침으로 고름 잡힌 부위를 터뜨려서 깨끗하게 짜주는 방법도 좋다. 또 따뜻한 찜질을 해줘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상사 곪은 부분은 빨리 도려내야 만사형통이듯, 다래끼도 빨리 곪아서 빨리 고름을 빼야 빨리 나을 수 있다.

이재성 생활건강연구소 소장
이재성 박사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MBC라디오동의보감을 인기리에 진행했으며, 경희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전문의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생활건강연구소(www.leejsung.com)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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