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인증시 농어촌 특례 적용해야”

일자리 없는 성장, 양극화의 시대를 맞아 사회적 경제,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가 넘쳐나고, 농어촌에도 사회적기업을 육성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농어촌 사회적기업을 육성함으로써 낙후된 농촌경제와 사회서비스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농어촌 사회적기업은 아직 초보단계다. 어떻게 해야 농어촌 사회적기업이 대안경제의 하나로 올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까?

6개월 이내 수익 창출
상시 유급고용 등
현 인증 기준
농어촌 현실과 거리


▲필요성에는 공감대=현재 시민사회나 농업계 모두 사회적기업이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되고 있는 농어촌 내지 지역살림의 개선을 위해 유용한 수단 중 하나라는데 공감한다. ‘한국경제 제3의 길’ 저자인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사회적기업은 시장만능주의와 비효율적인 국가주의를 넘어 순환과 공생의 지역경제를 만드는 하나의 길”이라며 “사회적기업이 지방에서 다수 창업돼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농산물의 생산자와 소비자, 농촌과 도시가 지역경제 내에서 순환하고 공생하는 로컬푸드 시스템이야 말로 지역경제 만들기의 핵심프로젝트”라며 지역주민들의 혁신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흙살림의 이태근 회장은 “농촌은 대부분 중소농, 취약계층”이라며 “일례로 기존의 농업소득에 더해 사회적 일자리로 월 100만원을 올리면 농촌지역에서 생활이 가능해 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문찬 단양 한드미마을 대표는 “체험마을에서는 유통, 식재료 공급, 농촌유학 등을 추진하는데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 도농교류협력사업은 지원받을 수 없다”며 “사회적기업으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인 전통문화사랑모임의 김병수 상임이사는 “농촌은 사회서비스 체계가 불확실하고 단절돼 있는데, 농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의 해결을 위한 견인차가 사회적 기업”이라고 밝힌다.

농림수산식품부도 농어촌 사회적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노동부와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농어촌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노동부와 협의중이다. 노동부는 지난 6월부터 올 12월까지 돌봄, 산림, 로컬푸드, 지역개발, 문화재,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실시중이다. 특히 농림부는 이와는 별도로 2011년부터 농어촌공동체회사를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사회서비스 범주 확대
농식품부 지원 필요
시장에서 해결 어려운
공공영역 찾아야

▲걸림돌 극복해야=문제는 농어촌에서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인증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노동부가 주도하는 사회적기업 정책 자체가 도시의 불완전 고용을 흡수하는 장치로 시작했기 때문에 일반기업에 맞춰 인증제도가 설계된 만큼 농업의 특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몇 개 영농법인들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천 ‘얼굴있는 먹을거리’가 영농법인으로 예비사회적기업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바 있고, 횡성에서 전통두부를 만드는 ‘지역순환 영농조합법인 텃밭’도 선정되지 못했다. 노동부의 인증을 받으려면 6개월 이내에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지만,  농업생산이란 6개월 이상~1년 또는 이상을 주기로 파종하고 수확해서 판매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특성을 간과한 제도라는 것이다. 또 사회적기업 육성법상으로는 6개월간 1명 이상의 유급고용을 해야 하고, 실제 선정 관행상으로는 최소 10인 이상 유급 고용과 근로계약서, 사회보험 가입실적, 급여대장 등을 준비해야 인증이 가능하다.  텃밭의 윤종상 대표는 “농촌에서는 대개 영농조합이 상시근로자를 두기 어려운데 노동부는 이를 감안하지 않는다”며 “이런 현실에서 농촌에서는 사회적기업 신청자격이 있는 기관이 없으므로 이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애 함께 일하는 재단 사무국장은 “현재 교육, 보건, 사회복지, 환경 및 문화분야로 협소하게 규정된 사회서비스의 범주를 공정무역, 농촌 지역개발, 문화예술 클러스터, 윤맂벅 소비지원 유통업, 여행서비스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은애 국장은 과거 문광부와 노동부간 협약 체결 경험에서와 같이 농업법인에 대해서도 농식품부와 노동부의 합의하에 사회적기업법상의 조직 유형중 하나로 명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인다.

농어촌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농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노동부의 일자리 지원 방식 말고도 농식품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사회적기업인 횡성 열린재가사회서비스센터의 백명화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인건비를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사업에 필요한 시설투자비 등 사업비가 부족하다”면서 “농식품부가 이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념을 확실히 하자=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도 많은 만큼 ‘개념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순히 인건비 지원을 받으려고 접근할 게 아니라 지역경제, 사회적 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는 “단순히 정부 지원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지역내지 농어촌에서 사회적기업의 의미, 시장에서 공급되기 어려운 사회서비스 수요를 충족한다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면서 “우선은 농어촌 사회적 기업의 개념을 정립하고, 그 방향으로서 농어촌 사회적기업에 대한 유형화와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농어촌공동체회사를 육성할 지, 기존 체제에서 개선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농어촌에 뿌리내리게 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농어촌지역의 고령화와 여성문제 등을 감안할 때 농어촌 관련 사회적기업의 적용분야로 보건, 의료, 복지 등 기존의 개념 외에도 여성농업인센터, 다문화가정, 문화분야 등을 꼽고, 농산물 생산·가공·판매 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는 농촌형 사회적기업 접근방식은 복지에 집중되는 만큼 사회적기업이 농업생산과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육성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고, 부처간 협력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이재국 얼굴 있는 먹을거리 사무국장은 “농촌형 사회서비스는 부처간 협력을 통해 추진하고 농식품부는 농민들이 농사지어서 먹고 살 수 있는 농업형, 생산형 사회적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태근 흙살림 회장은 “농촌은 다원적 기능을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농촌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 체를 사회적기업 활동으로 볼 수 있다”며 “농촌형, 농업형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서로 결합된 협력적이고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기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현재 사회적기업 논의의 중심에서 빠져 있는 협동조합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는 “원래 협동조합이야 말로 사회적기업의 원형중 하나”라며 “농협뿐 아니라 신협, 생협, 장례, 문화, 의료관련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정택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해서 이런 논의가 되는 것”이라며 “사회통념과 정부 인식을 바꿔나가야 하며, 특히 학교급식 같은 것은 시장경쟁보다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공공영역으로 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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