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일 하고 수익도 내고…‘사회적 기업’이 뜬다

지역농업과 농촌사회를 살리는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생명살림 올리에서 우리밀을 이용해 와플을 만들고 있는 모습.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퇴조하는 가운데 순환과 공생의 경제로 나아가는 대안경제의 하나로 사회적기업이 각광받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을 농어촌에 적용할 경우 지역농업과 농촌사회를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지난 7월27일 농어업선진화위원회에서 노동부와 협의, 농어촌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어촌 사회적기업에 대해 5회에 걸쳐 진단한다. 

▲왜 농어촌 사회적기업인가=사회적기업은 영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위해서, 또는 이를 달성하려는 사회적기업을 위해 사용하는 기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에는 좁은 의미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쉽게 말해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으로, 좋은 일 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부 주관으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을 고용할 경우 최대 100명까지 근로자 1인당 83만7000원과 사업주 부담 사회보험료 8.5%를 합쳐 매월90만8150원씩 2~3년까지 지원받는다. 또 시설운영비로 4억원 한도 내에서 2억원 까지는 연 2%, 2억원 초과시는 연 5%, 1년 거치 4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부 받을 수 있고, 일부 조세 감면도 있으며, 경영컨설팅도 지원한다.

사회적기업의 역할에 비추어 볼 때 고령화와 사회경제의 붕괴, 수입개방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유류 및 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영비 부담 가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촌에 새로운 대안경제의 가능성을 주고 있다는 여론이다. 이은애 함께일하는재단 사무국장은 “사회적기업은 공공서비스 수준 향상, 지역사회의 재생과 사회적 통합, 공정거래 등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농촌 현실과 접목점을 찾을 수 있다”며 “로컬푸드, 보건활동, 친환경농업 관련 사업 등이 농촌기반 사회적 기업의 분야”라고 설명한다.

진안군청에서 마을만들기를 하고 있는 구자인 박사는 “지역사회에는 당장의 수익성은 약하지만 공공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 많이 있고, 특히 농촌사회는 유지 그 자체가 공공성을 가진다”며 “사회적기업은 농촌활성화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현재 논의중인 농어촌 사회적기업 육성분야는 로컬푸드, 농촌관광 및 지역 네트워크와 도농교류 활성화, 농어촌 의료·보건·노인복지 및 평생교육·방과후학교·대안학교, 지역 인재 육성 및 지역개발 거버넌스 등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된 기업은 현재 252개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농어촌 지역 사회적기업은 9개 정도에 불과하며, 농어촌 사회적기업을 따로 분류해서 육성하는 것은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촌형 사회적기업으로 보는 9곳은 친환경농산물을 가공·판매하는 ‘햇살나눔’(횡성), 유기농콩비지로 친환경버거를 만드는 ‘생명살림 올리’(청주),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며 친환경 농자재를 만드는 ‘흙살림’(괴산), 친환경 새싹채소를 생산하는 ‘나눔공동체’(안동) 등이 있다. 또 사회적기업 전국 1호로 농촌생활지원 및 가사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청람’(영광), 친환경농자재를 생산하는 ‘생명농업지원센터’(안성), 유기순환농업을 실천하는 ‘새벽공동체 영농조합법인’(남원),  수제햄과 친환경 빵을 만드는 ‘평화의 마을’(제주), 우리콩 두부를 만드는 ‘짜로사랑’(수원) 등이 9곳에 포함된다.

이와는 별도로 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중 원주의료소비자생협의 경우 밝음의원과 밝음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와 함께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로컬푸드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이장은 농촌 및 로컬푸드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을 운영하는 ㈔전통문화사랑모임도 좋은 사례로 꼽힌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향후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어촌 사회적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65세 이상 노인 80여명을 고용, 감자떡을 제조·판매하는 횡성군의 ‘해밀’ 같이 농어촌 특성에 맞는 사회적기업 모델(체험마을, 농가레스토랑 등)을 발굴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농어촌 사회적기업 인증요건 완화 등 특례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현재 노동부의 사회적기업육성법은 인증을 받으려면 6개월 내에 수익발생을 규정하는 등 농어업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는 만큼 농어촌 사회적기업 인증이 용이하도록 노동부와 조율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농촌사회여성팀 이은정 서기관은 “노동부와는 별도로 농식품부는 농어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연구용역을 거쳐 육성방안을 연말까지 만들어 부처간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운영  ㈜이장 임경수 대표
“지역경제 자생력 제고가 핵심”

대표적 사회적기업으로 꼽히는 ㈜이장의 임경수 대표는 노동부, 함께일하는재단과 더불어 지난 8월22일부터 오는 10월10일까지의 일정으로 ‘지역살림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농촌형 사회적 기업가 양성과정으로는 처음이다. 그는 지역내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와 사업체가 육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 유통업체의 지역 장악, 경쟁력 있는 사람과 경쟁력 있는 지역 위주로 흐르는 밀어붙이기식 지역개발은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죽이고, 지역 내 양극화를 촉진하게 됩니다.” 지역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지역공동체와 사업이 그물망처럼 얽히고 설켜야 지역살림 전체가 내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대형마트가 자전거까지 파는 바람에 지역유통은 물론 자전거포까지 사라지는게 현실”이라며 “농촌의 사회적기업은 이런 현실에서 과연 지역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살림체계의 모범으로 홍성군 홍동면을 들었다.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활동가를 배출해 홍동농협, 문당리 환경농업마을, 홍성풀무생협, 풀무신협, 풀무우유 영농법인, 풀무사람들, 갓골어린이집, 홍동여성농업인센터, 에너지 전환, 그물코 출판사 등 많은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지역경제 모델이다. “학교에서 활동력 있는 학생을 배출하고, 그 학생들이 무인 친환경 빵가게 등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지요. 이렇게 지역의 다양성이 살아야 누가 어려워도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이 공동체의 힘으로 작용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생기다보니 의도하지 않은 친환경, 로컬푸드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에서 사업을 할 때 새로운 고려사항으로 “지역 외부시장보다 내부시장을 들여다 보고, 지역경제의 흐름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것, 사업과 사업을 연결할 것, 장기적으로는 지역공동체 사업을 견인할 것”을 주문한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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