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농산물 조달단가 너무 높고 협동조합 특성상 재투자 어려워

농산물 가공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선 농협 가공사업의 경우 아직 많은 곳에서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농식품 가공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식품 대기업들의 급속한 사업 확장 등의 영향으로 일반 중소 식품업체는 물론 각 지역농협의 농식품 가공 사업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역농협의 가공사업은 적정한 가격에 원재료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고, 적절한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조합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 가공사업의 현황과 해결과제를 짚어봤다.

중앙회 차원 품질·위생·안전관리 필요
가공공장-외부업체간 전략적 제휴 시급


▲농협 가공사업 실태=지난해 말 현재 농협중앙회 회원조합 가공공장 수는 모두 100개소 이다. 품목별로는 고춧가루 가공공장이 13개소로 가장 많고, 김치 11개소, 다류와 곡물가루, 조미식품이 각각 9개소, 음료 8개소, 건강식품 6개소 등이다.

이들 가공공장의 총매출액은 2005년 3187억원, 2006년 3259억원, 2007년 3122억원, 2008년 3271억원으로 소폭 증가 추세에 있지만, 총 순이익은 2005년 62억원, 2006년 58억원, 2007년 69억원, 2008년 50억원으로 감소세를 띠고 있다. 특히 2007년 기준 99개 가공공장 중 적자를 낸 가공공장이 26개소(26.3%)로, 현상유지 조합을 제외하면 실제 흑자를 내는 조합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사업 문제점=이에 따라 농협 가공사업의 활성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요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가공식품의 주재료인 원료 농산물 조달 단가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농협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원조합 가공공장의 주원료 농산물의 조달수준은 시장가격대비 평균 98.0%. 이는 가공용으로 쓰이는 농산물이 일반 시장에서 유통되는 농산물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얘기로, 원료 농산물 구매 가격이 높아 시장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무턱대고 싼 가격에 사드릴 수도 없다.

또한 가공사업으로 수익을 낸다 해도 협동조합 특성상 그것이 바로 기술개발이나 시설투자 등으로 재투자 되지 않고 조합 환원사업 등에 쓰이는 것도 가공사업 활성화의 걸림돌 중 하나다. 여기에 조합 영세성으로 인해 규모화가 어려운 데다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요건 외에도 가공공장 운영에 있어서의 전문성 부족과 관리 시스템 부재도 조합 가공사업의 적자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공시설 설립에만 치중해 운영 소프트웨어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얘기다.

▲해결 과제=이 같은 문제에 대해 안상돈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합 가공사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가공사업이 아니라 식품산업으로의 발전을 얘기한 것. 이런 측면에서 그는 “영세한 조합이 품질관리부터 마케팅까지 모두 하기가 어렵다”며 “대기업 수준의 품질관리나 마케팅이 이뤄지려면 농협중앙회가 일정부분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의 경우 안전사고가 한 번 터지고 나면 농협이라는 브랜드 전체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중앙회 차원에서 품질관리나 위생 및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원자재 조달이나, 유통, 마케팅 등의 부분에서 가공공장간 또는 외부 업체간 전략적 제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안상돈 수석연구원은 “현재 조합 가공공장들이 영세하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통합해 규모화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능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부분들은 연계해 조합 가공사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원료조달 문제에 대해 안진용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료 농산물 조달 가격을 낮추고 안정적 공급을 이루기 위해선 가공용에 맞는 품종개발이나 계약재배 등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석영 농협중앙회 식품사업분사 차장은 “원료수급 문제나 재투자 부족으로 조합 가공사업이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식품산업은 안전관련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가공공장 간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기능별로 규모화 전문화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관태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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