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전국사회부장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혼란스러운 분야중 하나가 교육이다.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 고통은 두 배로 커지고 있다. 등록금 1000만원에 달하는 ‘부자학교’ 자율형사립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일제고사, 국영수 위주의 교육으로 교육 현장은 황폐화되고 있다.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출신학교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사회는 삐뚤어진 교육열에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서울과 대도시의 유명 학원가와 좋은 학군으로 돈과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공교육이 부실해서 사교육이 커지는 게 아니라 부자일수록 입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더 지출하고, 이로 인해 부가 세습되는 게 사교육 문제의 본질이다. 특정 계층, 특정 지역, 그리고 정부가 교육을 왜곡하고 있다.

이런 불평등의 그늘은 농산어촌 학생들에게 더욱 짙게 드리워진다. 사교육을 받고자 해도 학원 같은 사교육기관이 없고, 인구가 적다고 수많은 농산어촌 학교가 폐교되는 마당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학습권이지만, 태어난 곳이 시골이라는 이유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40~50분씩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녀야 하는 현실이다. 농촌 우수학교라는 곳은 지역의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전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의 학교가 된지 오래다. 

농어촌의 열악한 교육환경은 학생을 도시로 떠나 보내고, 이는 학생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다시 학교가 통폐합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도시처럼 학원을 가지도 못하는 아이들은 학업성취도 또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자녀 교육 때문에 이농이 발생하고 후계인력 부족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정부는 농산어촌교육을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경쟁과 효율의 시장논리로 볼 것이 아니라 농산어촌 학생들이 거주지역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고 각자의 능력을 발현하는데 정책의 목표를 두어야 한다. 학부모들이 마음 높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영농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교사들이 농산어촌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 김영진 의원, 이윤석 의원(이상 민주당) 등 3명의 의원들이 농산어촌 교육 관련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해 주목된다. 이들은 법안에 농산어촌 교육지원을 자세히 명시하고 이를 위한 재원을 5년간 2조7642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사 직전의 농산어촌 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다.

그러나 농산어촌 교육특별법이 실현되려면 현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은 예산 부족, 효율성 등을 들어 특별법보다는 기존 체계에서 개선하자는 식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농산어촌만 지원할 수 없다는 기계적 형평성 논리다. 하지만 농산어촌 학생들이 받는 차별을 고려하면 이런 시각은 변명에 불과하다. 예산 역시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되는 4대강 사업의 단지 10%만 투입해도 재원은 해결된다.  

현재 이들 법안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 상태이다. 여야는 이 법에 농산어촌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 법을 놓고 정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교육 100년 대계의 관점에서, 농산어촌 회생의 관점에서 반드시 취지대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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