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호서대 농업법인회사 소이빌㈜

강명화 교수가 고추장·된장 등 전통장들이 담겨 있는 장독 중에 하나를 열고 있다.

충남 아산시 배방면에서 4km 떨어진 호서대학교 한켠. 배방산이 감싸안은 널찍한 공간에 장독대 800여개가 숨을 쉬고 있다. 지리적으로 아늑한 그곳에서 강명화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전통장류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전통장류 개발에 나선 강명화 교수는 독 하나를 구하는데도 4~5년이 걸릴만큼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발효실, 가공실을 귀농사모 정성근 이장의 도움으로 황토로 짓는 등 옛맛 그대로를 재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끝에 농업법인회사 소이빌㈜을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생산~홍보까지 전통장 의미 살려…산업화도 거부
‘해독작용’ 옻된장 특허 이어 식초 개발에도 한창

강 교수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더구나 패스트푸드가 주를 이루고 있는 요즘 전통식품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해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전통장을 만들어 웰빙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99년부터 2년동안 농촌진흥청에서 육종 연구를 하면서 우리콩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것이 오늘날 전통장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지산지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소이빌은 전통장을 천안콩, 아산콩 등 우리콩으로 만들기 때문인지 장류 공개하기를 꺼리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강 교수는 장독대부터 자신있게 펼쳐보였다.

강 교수는 “이민자나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접 체험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장 담그는 법을 알려줘 전통장의 복원, 유지, 계승에도 앞장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소이빌 제품을 산업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구 반대한다. 현재 초기단계로 규모는 작지만 장맛에 매료돼 일부는 대량 판매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강 교수는 딱 잘라 거절했다. 산업화되면 고추장, 된장의 진정한 맛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따라서 생산에서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전통장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강 교수는 “소이빌의 경우 시와 학교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공익성을 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가 되면서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만 몰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소이빌 장류가 인정받기까지 주변의 도움이 컸다. 장기수 천안시의원은 조미료만큼은 제대로 먹여야 한다며 전통장류의 학교급식 보급에 앞장섰고 아산시에서는 소이빌 제품을 이미 특산물로 인정, 명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실시되는 등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도 부지를 제공하고 최근 강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실습교육을 위해 강의실을 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학교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전통장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어 미래에 대한 투자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강 교수는 해독작용이 있어 예부터 사용했던 옻으로 참옻된장을 만들어 특허를 얻었고 최근에는 식초까지 개발에 나서는 등 전통의 맛을 살리는데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강 교수는 “맵지도 짜지도 않는,  새우나 멸치만 가지고도 맛을 낼 수 있는 전통식품을 보급중”이라며 “우리의 혀를 살리고 혼을 불어넣는 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이병성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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